국세청 속인 bhc?…'800억원' 부가세 탈루 의혹

입력 2020-10-22 16:46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bhc가 국세청을 속여 수년간 수백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bhc가 원재료인 생닭을 가맹점에 공급하기 전에 양념을 넣거나 숙성하는 공정을 거치고도 ‘보존성 향상을 위한 1차 가공’이라고 국세청을 속여, 총 800억원이 넘는 부가가치세를 탈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은 가공하지 않은 식료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한다(제26조). 정육 또는 건조, 냉동, 염장 등 원재료의 성질이 변하지 않는 수준의 1차 가공을 거친 경우에만, 이를 가공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시행령 제34조).

bhc는 이 조항에 따른 면세를 받기 위해 국세청에 “공정 변경이 부가가치세법상 1차 가공에 해당하는지”를 질의했는데,“보존성 증진을 위해 염장액을 투입했다”는 bhc 주장에 국세청은 “면세대상에 해당한다”고 회신했다.

국세청이 구체적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bhc가 국가기관을 속인 것이라는 게 기 의원의 주장이다.

기동민 의원실은 또한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소재류 연구개발분야 전문가에게 의뢰해 bhc의 1차 공정 성분을 분석한 결과, bhc가 변경한 염장제는 보존으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맛에 변화를 일으킬 정도의 공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분석에 사용된 새로운 염장제에는 기존 염장액에 없었던 마늘맛과 양파맛이 추가됐고 정백당이 추가로 첨가돼 단맛이 강해졌으며 짠맛도 강해졌다. 단순 1차 가공이 아니라, 부가가치세가 부과돼야 하는 공정이라는 뜻이다.

기동민 의원은 “bhc가 이 같은 공정이 면세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구체적 정황도 제시했다. 2015년 10월 bhc가 전체 가맹점을 대상으로 게시한 공지사항에는 수도권 100개 지점을 대상으로 실시한 ‘변경 신선육 테스트 결과’가 담겼다.

본사는 맛의 차이와 식감의 차이에 변화가 있는지 묻고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들었다. 2단계에 걸친 공정을 일원화한 뒤 본사가 맛과 식감의 변화를 파악했다는 점에서 ‘공정을 거친 생닭이 미가공식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bhc가 염장 공정 변경으로 발생한 비용을 전국 가맹점에 ‘광고비’ 명목으로 부과하면서 이를 면세 대상인 생닭 가격에 포함시킨 정황도 드러났다고 기 의원은 밝혔다. bhc는 가맹점에 ‘생닭 1마리당 200원의 광고비’를 부과했는데 염장 공정 변경 이후에는 추가로 200원을 부과했다.

기 의원은 “bhc가 탈루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부가세 규모는 8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5년 귀속분의 납부제척기간이 2021년 초에 도래하는 만큼 국세청의 조속한 조사와 후속조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