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부정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는 22일 이 부회장의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11명이 피고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어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통상적 경영 활동인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회계처리가 범죄라는 검찰의 시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공소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의장 등 삼성물산 임직원들의 대리를 맡은 변호인 역시 "이 사건 합병은 정상적 경영 활동에 따른 것으로서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나아가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이사의 의무를 위반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날 수사기록 열림 및 등사와 관련해 "기록 한 부는 복사를 완료했지만 여러 로펌과 변호인들이 있어 다른 변호인들과 기록을 공유하려면 파일화 작업 등이 필요하다"며 "검찰 측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데에는 짧게 잡아도 3개월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수사기록이 방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변호인들이 장기간 피고인 측을 변호해오면서 사실상 기록 확인이 많이 됐다"며 "3개월 후에야 전체 내용을 읽고 한 번에 의견을 주는 방식보다는 기일을 빨리 잡고 중간중간 진행 상황을 체크해 일부라도 기일이 진행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가급적 공판준비기일은 2번으로 마치고 공판을 시작하겠다는 큰 계획을 세웠다"며 "일단 2달 남짓한 오는 1월 14일 오전 10시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지정하고, 그 일주일 전까지 변호인들이 증거에 대한 의견서를 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이 2015년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에 유리한 방향으로 시세를 조종하는 등 불법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또 이를 위해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 5,000억원대 회계를 분식했다고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