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이 안 됐지만 일선 병원과 보건소에 백신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는 주민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백신을 맞아도 괜찮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2021년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시작된 이후 백신을 접종한 뒤 며칠 이내에 사망해 보건당국이 조사 중인 사례는 총 3건이다.
앞서 조사 중인 사례는 2건으로 보고됐지만 이날 오후 사망 사례가 1건 추가됐다.
현재까지 지역별로는 인천 1건, 전북 고창 1건, 대전 1건이다.
인천에서는 지난 14일 정오께 지역 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받은 17세 고등학생이 이틀 뒤인 16일 오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알려진 이 남학생은 알레르기 비염 외에 특이한 기저질환(지병)은 없었으며, 접종 전후로 특별한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 남성은 이미 숨져 시반(사후 혈액이 아래로 쏠려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과 강직 현상이 나타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백신 접종과 사망 간 관련성은 적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인은 미상'이라는 취지의 1차 구두 소견을 전달받았으며, 현재 추가 검사 및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질병청은 숨진 남학생과 같은 의원에서, 같은 날에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이 총 32명인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까지 이들 중에서 이상 반응을 신고한 사례는 없다.
질병청은 "아직은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최종 부검 결과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북 고창에서는 독감 백신을 접종한 70대가 숨진 채 발견돼 보건당국이 조사 중이다.
전북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께 고창군의 한 주택에서 78세 주민 A씨가 쓰러진 채 숨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의 몸에서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전날 오전 9시께 동네 한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백신은 최근 유통 과정에서 '상온 노출' 사실이 확인돼 효능 저하 우려가 제기되거나 백신 내용물 안에서 '백색 입자'가 검출된 제품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청은 두 사안 모두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질병청은 이날 출입 기자단에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인천지역 10대 사망 사례와 관련해 "동일 백신을 맞은 접종자 등에 대한 이상 반응 감시를 강화하고 있으며 최종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고창 70대 사망 사례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질병청은 "향후 연관성을 검토한 뒤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면서도 독감 국가예방접종 사업 중단 여부에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항을 종합해 볼 때 사업을 중단할 근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전에서도 독감 백신을 맞은 80대 남성이 사망했다.
대전시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이날 오전 10시께 동네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했고, 오후 2시께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한 시간 후인 오후 3시께 숨졌다.
방역당국은 이 남성에게 지병이 있었는지 등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질병청은 "대전 사망 사례도 질병관리통합보건시스템으로 신고됐으며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질병청에 따르면 독감 백신 예방접종으로 인한 이상반응 관련 합병증으로 피해 보상이 인정된 사망 사례는 2009년 접종 후 '밀러-피셔 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이듬해 2월 사망한 65세 여성 1명뿐이다. 독감 백신 부작용 중 하나인 밀러-피셔 증후군은 희귀 말초신경병증으로, 근육 마비나 운동능력 상실 등을 수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