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접종 17세 이틀만에 사망…"부검 통해 사인 조사"

입력 2020-10-19 18:29


최근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접종용 백신을 맞은 인천 지역의 10대 한 명이 접종 이틀 만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예방접종과의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 접종과의 연관성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19일 독감 백신 수급 및 접종 상황 브리핑에서 "올해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신고된 이상 반응은 총 353건으로, 이 가운데 사망 사례가 1건이 보고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사망한 사람은 인천 지역에서 접종받은 17세 남성이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낮 12시 민간 의료기관에서 무료 접종을 받았으나 이틀 뒤인 16일 오전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접종 전후에는 특이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질병청은 전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접종 후에 특별한 특이사항이 없었고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상황이기에 현재 부검을 통해 사망원인을 먼저 규명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청장은 이어 "(사망한 10대가 맞은 백신과) 동일한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의 이상 반응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상 소견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망한 10대가 맞은 백신은 '국가조달물량' 백신으로, 정부가 각 의료기관에 제공한 백신이다.

앞서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쓰일 독감 백신과 관련해 조달 계약을 맺은 '신성약품'이 유통 과정에서 일부 물량을 상온에 노출하면서 적정온도(2∼8도)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접종이 한때 전면 중단된 바 있다.

현재 신성약품이 유통한 539만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 가운데 약 48만명분이 수거된 상황이다.

정 청장은 "(사망한 10대가 맞은 백신은) 국가조달물량 백신이 맞다"며서 "신성제약에서 유통했던 제품이 맞지만 해당 제품에 대해서는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가 있었냐는 질의에 "(현재까지) 인과관계가 확인된 사망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과거 기록을 확인한 뒤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부검 등을 통해 이 남성의 사망과 독감백신 접종 간 인과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8시 30분께 "아이 입술이 파랗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 남성은 이미 숨져 시반(사후 혈액이 아래로 쏠려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과 강직 현상이 나타난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의사의 의료 지도 하에 그를 병원에 이송하지 않고 곧바로 경찰에 인계했다.

경찰은 이후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백신 접종과 사망 간 관련성은 적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인은 미상"이라는 취지의 1차 구두 소견을 전달받고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가 평소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사망까지 이를 만한 지병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백신 접종과 사망 간 관계가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이 백신 접종을 받은 병원을 관할하는 인천 미추홀구보건소는 지난 17일 병원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신고받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예방 접종 결과 이상 증상이 있으면 보건소에 신고하게 돼 있어서 병원이 사망 사실을 알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 병원에서 같은 날 접종받은 20여명을 조사한 결과 연락이 닿지 않는 2∼3명을 빼고는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사망 사례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보건당국에 신고된 이상반응의 대부분은 가벼운 증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청에 신고된 이상반응 총 353건 가운데 무료접종을 받은 사례가 229건이고 유료 접종은 124건이다.

증상별로 보면 알레르기 증상이 9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접종한 부위가 부풀어 오르는 등 국소 반응 98건, 발열 79건, 기타 69건 등의 순이었다.

정 청장은 "예방접종 후 신고된 이상반응 사례와 예방접종과의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역학조사와 피해조사반의 조사 등을 통해 인과관계에 대한 부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수거 또는 회수 결정이 난 백신을 맞고 이상반응이 있다고 신고한 사례는 80건(22.7%)이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76건에서 4건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신성약품이 유통한 백신 가운데 '적정온도'(2∼8도)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48만명분, 항원 단백질 응집체로 추정되는 '백색 입자'가 확인된 한국백신의 백신 제품 61만5천명분에 포함된 백신을 맞은 뒤의 신고한 사례다.

현재까지 보고된 증상을 보면 국소반응 32건, 발열 17건, 알레르기 12건을 비롯해 두통·근육통(6건), 복통·구토(4건)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국소반응이나 발열, 알레르기 등의 '경증'이었다고 질병청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