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싸움을 말려보면 양쪽에서 주먹이 날아온다. "왜 내 편 안 들어주고 저쪽 편 들어주냐"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분배'라는 왼손과 '성장'이라는 오른손, 양손을 모두 써야 한국 경제가 나아진다고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이 책은 여러 미덕이 있다. 그 중 세 가지만 들라면 첫째, 경제 관련 서적에 자주 나오는 그래프나 화살표가 거의 없다. 그런 거 없이도 쉽게 읽힌다. 둘째, 적어도 입신양명을 목적으로 '경세제민, 이렇게 하십시오'라는 식으로 쓴 책이 아니다. '정치경제학' 시대에 정치색은 찾아보기 힘들다. 셋째, 용기 있는 책이다. 보수나 진보라는 진영 논리로 눈치 보지 않았다.
스티븐 S. 코언과 J. 브래드퍼드 들롱이 공저한 '현실의 경제학(2017)'과 비슷한 맥락이 있다. 케인지언이 주목하는 정부 부문과 시장주의자가 선호하는 민간 부문 어느 한쪽 힘만으로 미국 경제가 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소 충격적 수치로 '양손잡이' 필요성을 설득하기도 한다. '정부 규제의 부담' 순위는 한국이 중국보다 훨씬 높다. 중국 19위, 한국 87위다(WEF, 2019). 이 정도면 어디가 사회주의 국가인지 헷갈린다. '사회적 자본'은 사람 간 믿음의 정도, 가치관의 공유, 인간관계나 일체감 같은 것을 나타내는 척도다. 167개국 중 번영 지수는 29위로 상위에 있으면서도 사회적 자본은 142위다(OECD, 2020). '술'보다 '배신'을 권하는 사회 아니느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코로나 이후 '넥스트 노멀', 미-중 간 갈등, '축적의 시간' 필요성, '이해 관계자 자본주의' 등 대안적 고민도 빠트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