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멈춘 박진성 시인 "손석희는 어떤 기분일까"

입력 2020-10-17 13:38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잠적했다가 하루 만에 경찰 지구대를 찾아간 시인 박진성(42)이 17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부끄럽다. 조용에 조용을 더해서 겸손하게 살겠다"는 심경을 남겼다.

박진성은 "반포와 강 건너 용산 언저리를 떠돌았다. 다리에도 올라가 보고 종로 어디 건물에도 올라가 보았다"면서 "누군가는 또 흉물을 치워야 하겠구나, 그게 평생의 상처로 남겠구나. 생각을 되돌리고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한강 변을 오래 걸었다"고 했다.

특히 자신을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했던 여성을 JTBC '뉴스룸'에서 공개 인터뷰했던 손석희 JTBC 사장을 언급했다.

그는 "대부분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손석희 전 앵커는 지금쯤 어떤 기분일까. 어떤 마음으로 물을 마시고 숨을 쉴까. 단지 의혹만으로 자신이, 삶 자체를 망가뜨린 사람들에겐 어떤 마음일까, 자신이 주동해서 쫓아 내놓고 너는 왜 쫓겨났냐고 다시 조롱받는 어떤 삶들을 볼 때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뉴스에는 '아니면 말고'가 있지만 '아니면 말고의 삶'은 어디에도 없을 텐데 그걸 잘 알 텐데. 그 질문 하나를 강물에 던지면서 오래 걸었다"고 말했다.



박진성은 지난 2016년 두 여성으로부터 강제추행 등 혐의로 고소를 당했지만 수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며, 고소한 여성들의 무고 혐의가 인정됐다.

그는 이런 의혹을 확인 없이 보도한 언론사들에도 정정 보도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승소했다. JTBC 해당 인터뷰와 관련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배상금을 받았다.

그는 그러나 시집 출판계약이 취소되는 등 사회 활동에서 여러 불이익과 제약을 겪게 되면서 주변에 괴로움을 호소해왔다. 지난 2018년에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잠적했다가 돌아온 적이 있다.

앞서 박진성은 지난 14일 밤 "성폭력 의혹에 휘말렸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잃는 사태가 나에게서 끝났으면 좋겠다"면서 "내가 점 찍어 둔 방식으로 아무에게도 해가 끼치지 않게 조용히 삶을 마감하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휴대전화를 끈 채 잠적해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그는 다음 날인 15일 오후 8시 50분께 서울 용산구 한강로지구대를 찾아왔다.

박진성 시인 (사진=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