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英대사관 국감서 눈물…"내 인생은 기적"

입력 2020-10-15 23:40


"박은하 대사와 뒤에 앉은 대사관 직원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 화면이 잠시 보이지 않았다."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갑)은 15일 페이스북에 전날 화상으로 진행된 주영대사관 국감에 대한 참여 소감을 남겼다.

그는 지난 2016년 8월 한국으로 망명하기 직전까지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공사로 근무했다.

긴장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망명 과정에서 가장 가까이서 힘이 되어주었을 주영 한국대사관 직원들과 4년 만에 마주한 이날, 그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어 있었다.

태 의원은 "시작 전부터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여러 번 다짐했으나 막상 부딪치고 보니 감정 조절이 어려웠다"며 "이 순간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세상에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기적이 종종 있다고 하는데, 바로 내 인생이 기적 같은 영화의 한 장면이고, '인생역전' 자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주영 북한대사관에 많은 교류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한인 교포들과의 추억을 회고하며 "박 대사와 밤이 새도록 마냥 앉아서 이야기만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좋은 추억은 아픈 기억과 함께 몰려왔다. 그는 "나의 탈북사건 때문에 평양으로 소환돼 소식조차 알 길 없는 현학봉 대사와 후배들이 생각나 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적었다.

태 의원의 질의는 자연스럽게 영국 탈북민 사회 동향에 집중됐다. 그는 현지 한인사회와 지속적인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사관이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북한대사관 직원들에 대한 관심을 당부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일 주영 북한대사가 자신의 '대학 1년 후배'라고 소개하면서, "(북한 외교관들은) 겉으로는 차 보여도 속마음은 따뜻한 친구들"이라며 "만나시면 따뜻하게 대해달라"고 했다.

태 의원과 주영 대사관 직원들 간 '재회'로 이날 국감은 시종일관 덕담과 웃음이 오가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태 의원은 "여당 의원들까지 나에게 다가와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며 "모든 국감이 이렇게 진행될 수는 없을까"라는 성찰로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