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를 12일부터 현행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동안 누적된 국민적 피로도와 서민경제의 피해를 고려할 때 '불가피한 결정', '적절한 조치'라는 의견과 함께 정부가 앞서 제시한 1단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원칙 없는 조처'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지난 6월 제시한 '방역수칙 단계별 전환 참고지표'를 보면 거리두기 1단계 기준은 ▲ 일일 확진자 50명 미만(지역발생 확진자 중심) ▲ 감염경로 불명 사례 비율 5% 미만 ▲ 방역망내 관리 비율 상승 또는 80% 이상 등일 때 가능하다.
지난달 27일부터 전날까지 최근 2주간 일평균 지역발생 신규 확진자는 59.4명으로 '50명 미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감염경로 불명 사례 비율 역시 19%로 1단계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방역망내 관리비율도 80%에 못 미친다.
하지만 이런 지표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8월 중순 이후부터 두 달 가까이 계속돼 온 거리두기 2단계 조처에 따른 국민적 피로도와 민생경제 영향 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가을·겨울철 대유행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이번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자칫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정부가 스스로 정해놓은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 건수가 줄어 확진자 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번 조처가 정부의 '오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일관된 전략보다 자의적 지침으로 인해 국민적 피로가 가중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자체보다 오히려 1∼2주간의 통계치로 (정부 지침의) 긴장과 완화가 반복되는 상황에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확진자 수가 크게 늘지 않았지만, 50명 미만으로 안정적으로 통제된다고 볼 수도 없는 불안한 상황"이라면서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모임 자제 같은 기본적인 원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유행은 계속될 것이며 언제든 다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며 "이번 거리두기 조정이 거리두기 노력을 중단해도 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1차장은 "우리 앞에는 여전히 여러 위험과 과제가 있다. 겨울철 독감과 코로나19가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에 대비해야 한다. 일상과 경제활동의 자율성, 방역수칙 준수라는 책임성을 함께 키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