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어린이집 교사에 학대 누명 씌운 2명, 항소 취하

입력 2020-10-08 09:19


아동학대 누명과 악성 민원을 견디다 못한 세종시 어린이집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들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업무방해·공동폭행·모욕 등 죄로 각각 벌금 2천만원을 선고받고 불복했던 A(37)씨와 B(60)씨가 전날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김성준 부장판사)에 "항소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항소 취하서를 낸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자신들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다시 재판받겠다는 마음을 접은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보고 있다.

앞서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한 어린이집 교사는 2018년 11월께 아동학대를 의심한 원생 엄마 A씨와 할머니 B씨로부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

A씨 등은 다른 교사와 원아가 있는데도 "저런 X이 무슨 선생이냐. 역겹다"라거나 "시집가서 너 같은 XX 낳아서…" 등 폭언을 하며 15분간 소란을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어린이집 내 CCTV 녹화 영상 등을 통해 아동학대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는데도 근거 없이 학대를 단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교사의 아동학대 혐의 사건은 "의심할 만한 정황이나 단서가 없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불기소처분됐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후에도 계속된 A씨 등의 악성 민원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6월 초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숨지기 이틀 전 피해자는 1심 재판부로부터 증인 소환장을 받았는데, 법정 출석 요청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1심을 맡았던 대전지법 형사7단독 백승준 판사는 법정에서 자신들의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A씨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증인으로 부르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백 판사는 A씨 등에 대해 각각 벌금 2천만원형을 내리며 "징역형으로 엄중히 처벌하는 게 마땅해 보이지만, 약식명령의 형(벌금형)보다 더 큰 형 종류로 변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A씨 등 엄벌 촉구 국민청원 글을 올린 피해 교사 유족(동생)은 "어린이집은 특성상 민원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저희 누나는 우울증세가 생겼다"며 "그들은 아예 누나 생계를 끊을 목적으로 피를 말리듯 악랄하게 괴롭혔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 글에는 이날 오전 9시 15분 기준 7만3천여명이 동의했다.

다만, 검찰에서 항소하지 않은 이 사건 재판은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는 한 그대로 종결될 예정이다.

세종 어린이집 교사 극단적 선택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