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이어 美 국방부도 비상…군 수뇌부 격리에 안보우려

입력 2020-10-07 11:33


'코로나19'가 백악관에 이어 미군 수뇌부에까지 침투했다.

수뇌부 회동에 참석한 인사가 확진 판정을 받고 합참의장을 비롯한 최고 지휘관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자 국가안보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해안경비대의 찰스 레이 부사령관이 전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 가벼운 증세를 느껴 검사를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주 레이 부사령관과 회의에 함께 참석했던 밀리 합참의장을 비롯한 일부 고위장성이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당시 회의에 동석한 인사들은 미군의 전 분야를 책임지는 최고위 사령관들로 전해지고 있다.

AFP통신은 존 하이튼 합참차장, 제임스 맥콘빌 육군참모총장, 마이클 길데이 해군참모총장, 찰스 브라운 공군참모총장, 대니얼 호칸슨 주방위군 사령관, 존 레이먼드 우주작전 사령관, 폴나카소네 사이버 사령관이 회의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모든 잠재적인 밀접 접촉자가 자가격리를 하고 있으며, 이들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CNN방송은 브라운 공군총장, 길데이 해군총장, 레이먼드 우주작전 사령관 등이 자택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AP통신은 레이 부사령관과 접촉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인사가 최대 14명이라고 보도했다.

마크 애스퍼 국방부 장관은 지난주 해외 일정 때문에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으며 이번 사태로 인한 자가격리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군 통수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확진에 이어 미군 수뇌부에도 집단감염 우려가 발생하자 국방부는 바로 정색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군의 준비태세 또는 작전능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사실이 발표된 이후 미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 수준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직 미국 관리들은 미국에 적대적인 세력의 행동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존 브레넌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적대세력 중에 누구라도 현재 산만한 상황을 이용하려고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브레넌 국장은 "중국이 홍콩이나 남중국해에서 무슨 일을 벌일 수 있다"며 "러시아가 벨라루스나 다른 나라에서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이용해 뭔가를 하려고 결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야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애덤 스미스(민주) 하원 군사위원장은 "수뇌부가 격리에 들어가더라도 우리 군은 여전히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함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우리의 적들은 호시탐탐 이용할 수 있는 약점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 부사령관이 어떤 경로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내 여타 인사들의 감염과 이번 사태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레이 부사령관이 지난달 27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순직장병 추모행사에 참석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WP에 따르면 그 행사에는 순직장병 20명의 유족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에스퍼 국방장관, 군 지휘관 등 수십명이 모였으나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도 지키지 않았다.

그 보훈행사는 백악관발 연쇄 감염을 촉발한 것으로 지목되는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의 대법관의 지명식이 열린 다음날 개최됐다.

백악관 대변인은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거쳐 순직장병 추모행사 참석자들을 초대했다며 안전 조치를 다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