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을 수시로 밝혀온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또다시 일본 소멸론을 거론했다.
로저스 회장은 올해 1월 시작한 일본 잡지 '슈칸아사히에 연재해온 '세계 3대 투자가 짐 로저스의 거침없는 예언 2020년, 돈과 세계는 이렇게 움직인다' 마지막 글(10월 9일 호)에서 자신은 일본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엄혹한 메시지를 주고 싶다며 일본 소멸론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달 사임한) 아베 신조 총리가 한시라도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말해 왔다"며 그 이유는 아베의 행동원리가 자신과 체제를 유지하는 데 있을 뿐이어서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 일본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베의 후계자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아베노믹스'라는 잘못된 정책을 이어간다고 한다면서 "일본에 이처럼 불행한 일은 없다"고 언급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을 앞세워 엔화를 찍어내 경제를 부양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의 폐해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로 불리는 금융완화는 엔화 약세를 유도해 일본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이로 인해 언젠가 물가가 오르면 국민이 고통을 받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국통화 절하 정책을 사용해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는 역사상 한 곳도 없다면서 이 시책의 혜택은 일부 트레이더와 대기업에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로저스 회장은 아베노믹스의 2번째 화살인 적극적인 재정지출도 일본 파괴 정책이라며 아베 내각이 나랏빚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잘못된 경제정책을 이어왔다고 혹평했다.
그는 스가 정부가 이를 계승하는 상황에선 "일본의 10대 젊은이들이 서둘러 일본을 떠나야 한다"면서 "내가 10세의 일본인이면 AK-47을 사거나 나라를 떠나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옛 소련이 개발한 소총인 AK-47은 앞으로 사회문제가 심각해질 일본에서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총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로저스 회장은 일본의 사회문제가 심각해지는 배경으로 급격한 인구 감소를 들었다.
그는 앞으로 40년 후인 2060년에 일본의 총인구는 현재의 1억2천700만명에서 9천300만명 정도까지 감소하고, 그때의 14세 이하 일본 인구 비율은 10%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반면에 아시아는 발전해 가고 21세기 후반은 중국과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중국과 인접한 북한은 나라를 열기 시작하고 우수한 노동력이 있는 북한에 투자가 몰리면서 남한도 성장할 것이라며 "그러나 일본만은 성장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저스 회장은 그런데도 "스가 총리는 아베 노선 계승을 주창하고 있다"며 "유감스럽지만 이대로 가면 일본은 100년 후에 없어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일본인은 사라지고, 일본어를 하는 사람도 없어져서 멸망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살 수 있는 길로 대담한 세출 삭감과 적극적인 이민자 수용 정책을 제시한 로저스 회장은 "일본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라고 했다.
그는 그 결론이 "일본의 젊은이들은 일본 밖으로 뛰쳐나가야 한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좋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며 글을 맺었다.
앞서 로저스 회장은 지난 6월 슈칸아사히 기고문에선 당시 아베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내가 얻은 정보로는 일본이 도저히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며 아베 당시 총리의 리더십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후지산 근처의 식당에서 '쌀밥을 먹고 싶다'고 했으나 '메뉴에 없는 음식은 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일본 사회의 유연성 부족을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일본의 유연성이 부족한 이유로는 이민이 적은 점을 지적하면서 "닫힌 나라는 머지않아 세력을 잃고 만다"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