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5일 소액 단기전문 보험업을 새롭게 도입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위험도가 낮은 소규모·단기 보험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보험업을 도입하고 최소 자본금 요건을 10억 원으로 대폭 완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현행 법령상 보험업 영위에 많은 자본금(생명보험·자동차보험 각각 200억 원/질병보험 100억 원)이 요구돼 신규 사업자 진입이 쉽지 않다는 문제를 개선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소액으로 단기간 간단하게 가입할 수 있는 이른바 '미니보험'이 다수 등장하고, 소규모 자본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사업자들도 많아질 전망이다.
● '미니보험 대표격' 펫보험 주목
미니보험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보험은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펫보험'이다.
현재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들을 중심으로 펫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펫보험 계약건수는 3만건 가량, 반려견 전체의 0.3% 수준이다.
스웨덴 40%, 영국 25% 등 해외 반려견 보험가입률과 비교하면 그 수치가 현저하게 낮다.
아직까지 가입한 사람은 적지만, 보험업계가 시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이같은 배경때문이다.
● 생명보험사들도 미니보험 관심
생명보험사들이 취급하는 보험 상품은 비싸고 보험료를 오랫동안 내야 하며, 가입 절차도 복잡하다는 게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런 소비자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생명보험사들은 '미니보험'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가입절차를 간소화하고 월 1만 원 이하 싼 보험료에 보장내용을 단순화한, 보험기간도 짧은 것이 특징이다.
보장성보험 기준 월 1만 원 이하의 보험료로 필요한 보장 혜택만 받을 수 있고, 보장을 골라 개인 맞춤형 서비스도 가능하다.
● 디지털 보험시장 경쟁 본격화
미니보험 시장이 활성화 될수록 디지털 손해보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액·단기라는 미니보험 특성상 온라인 채널이 오프라인보다 판매 경쟁력을 갖기 때문이다.
국내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에 이어 하나손해보험, 여기에 카카오와 교보생명도 진입을 준비 중이다.
캐롯손해보험은 운전자보험과 펫산책보험, 반품보험, 레저상해보험 등의 미니보험을 이미 판매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해 만든 하나손해보험은 지난 28일 하나은행 '하나원큐' 앱에서 펫보험을 선보였다.
하나손해보험이 만든 사실상 첫번째 미니보험 상품이다.
카카오는 계열사인 카카오페이를 통해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금융당국 예비심사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보생명은 최근 매물로 나온 악사손해보험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디지털 손보사 설립 의지를 보이고 있다.
● '미니보험 천국' 일본처럼?
일본 보험회사들은 국내 보험회사들보다 먼저 '미니보험' 시장에 주목했다.
지난 2005년 보험업법을 개정해 미니보험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이 가능해졌다.
법 개정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보다 15년 이상 앞선 셈이다.
사업 진출에 필요한 자본금 규모도 우리나라의 1/10 수준인 1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진입 장벽이 낮아지자 일본 미니보험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일본 소액단기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100여 곳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2019년) 9월 기준 소액단기보험 보유계약은 845만 건, 수입보험료는 513억엔, 우리 돈 약 5,743억 원에 이른다.
미니보험 상품 종류도 스마트폰 관리비 보상 보험, 스키장 보험, 자전거 보험 등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