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 유럽 다시 빗장…이동제한·입국 검사 강화

입력 2020-09-22 07:07
수정 2020-09-22 07:10
영국, 경보 체제 격상…긴급안보회의 개최
이탈리아, 프랑스 고위험지역 입국자 검사 의무화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 되면서 각국이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 속도를 늦추지 못하면 10월 중순께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정부 최고과학보좌관인 패트릭 발란스 경,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이날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전날 영국의 일일 코로나19 확진자는 3천899명, 사망자는 18명을 기록하는 등 최근 확진 사례가 급증하자 정부는 잉글랜드 전역에 적용하는 '미니 봉쇄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발란스 경은 "현재 (코로나19) 감염은 7일마다 배가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되면 10월 중순에는 일 5만명의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 달 뒤인 11월 중순에는 하루 200명의 사망자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발란스 경은 "7일마다 배가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를 낮추기 위해서는 충분한 속도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휘티 교수는 영국의 지역별로, 또 연령대별로 감염 증가 속도가 다르지만 결국 이번 상황은 모두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 그리고 여기에서도 볼 수 있듯 바이러스는 젊은 층에만 머물지 않고 다른 연령대로 이동한다"면서 "결국 사망률은 이전에 우리가 경험한 것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사망률은 영국에서 매년 7천명, 심할 때는 2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계절 독감보다 상당히 더 높다고 휘티 교수는 전했다.

이들은 최근 코로나19 검사건수 확대가 확진자 증가의 원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영국 전체 인구의 8%, 런던은 최대 16%가 코로나19에 걸렸던 것으로 추정되며, 바이러스가 4월에 비해 약해지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잉글랜드 북서부, 웨스트 요크셔, 미들랜즈에서 22일부터 일부 제한조치가 시행되면서 지역 봉쇄조치의 영향을 받는 영국 인구는 전체의 5분의 1인 1천3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4개 지역 최고의료책임자는 이날 영국의 코로나19 경보 체제를 3단계에서 4단계로 격상했다.

4단계는 코로나19 감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전날 휘티 교수, 리시 수낙 재무장관, 맷 행콕 보건장관과 회동을 갖고 잉글랜드 지역의 코로나19 추가 대응 조치를 논의했다.

존슨 총리는 2주가량 펍과 식당 등의 영업을 제한하고 가구 간 만남을 금지하는 '미니 봉쇄조치', 이른바 '서킷 브레이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정부가 전면적인 봉쇄조치를 전국에 도입하거나, 반대로 아무 제한조치를 하지 않을 가능성은 없으며, 겨울까지 여러가지 대응책을 도입했다 완화하기를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존슨 총리는 22일 긴급안보회의인 코브라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추가 제한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탈리아는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 오는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베르토 스페란차 보건부 장관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뼈대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는 다른 나라보다 상황이 괜찮은 편이지만 지금까지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매우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러스 검사 대상 지역은 수도 파리가 속한 일드 프랑스를 비롯해 오베르뉴론알프, 코르시카, 오드프랑스누벨아키텐, 옥시타니,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등이다. 프랑스 내에서도 바이러스 고위험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들 지역에서 오는 방문객은 당장 22일부터 공항·항만 등 입국 장소에서 코로나19 분자진단 또는 항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프랑스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연일 1만명을 넘어서며 사실상 바이러스 2차 파동이 현실화했다. 전날에도 1만569명의 일일 확진자가 보고됐다.

이탈리아의 하루 확진자 수는 전날 기준 1천587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확진자는 29만8천156명, 사망자는 3만5천707명이다.



스페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주말 사이 3만명 이상 늘어났다.

스페인 보건부는 21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지난 18일보다 3만1천428명 증가해 총 67만1천46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주말 사이 발생한 신규 확진자 중 38%에 해당하는 1만1천991명이 수도 마드리드에서 나왔다고 일간 엘파이스가 전했다.

스페인 정부는 통상 주말에는 코로나19 신규 확진, 사망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누적된 자료를 모아서 월요일에 발표한다.

코로나19 확산 거점으로 떠오른 마드리드주 전역에서는 이날부터 2주간 6명이 넘는 모임이 금지됐으며, 코로나19 발생률이 특히 높은 37개 보건구역에서는 이동을 제한했다.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지역에서는 직장이나 학교에 가거나, 병원 또는 은행 방문, 시험 응시와 같은 필수적인 업무를 제외하곤 구역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이들 지역의 공원은 폐쇄됐으며 스포츠센터, 영화관, 도서관 등 공공시설은 수용 가능 인원의 절반만 받되 오후 10시 전에는 문을 닫도록 조치했다.

마드리드주 전체 인구의 13%, 약 85만명이 거주하는 37개 지역에서는 최근 2주 동안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발병률이 1천명을 넘어섰다.

이번에 이동 제한령이 내려진 곳들은 시내, 관광지가 아니라 주로 빈민가이다 보니 현지 주민들이 차별적인 조치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마드리주는 경찰 200명을 동원해 제한 조치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할 계획이다. 단, 48시간 동안은 벌금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 마드리드 주지사와 만난 뒤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 나빠진다면 "다른 시나리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