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사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89) 전 대통령의 재판 변론이 오는 10월 종결된다.
2년 반 동안 진행된 재판은 형량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결심공판을 거쳐 이르면 올 연말 1심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전씨의 17차 공판기일이 열렸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에 앞서 검찰과 변호인 모두 최종 의견 진술을 희망함에 따라 한 차례 더 공판기일을 진행한 뒤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전씨 측이 신청한 4명 중 5·18 민주화운동 당시 육군본부 작전 처장이었던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 국방부 5·18 특조위원을 지낸 최해필 전 육군 항공 작전사령관 등 2명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장사복 전 전투교육사령부 참모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특조위 팀장급 조사관은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아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장씨에 대한 증인 채택을 직권으로 취소했으며 조사관을 한 차례 더 소환한 뒤 결심공판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종구 전 작전처장은 5·18 당시 육군본부 차원에서 헬기 사격을 하라는 작전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본부에서 지침을 내리면 하급부대 지휘관이 작전 계획을 직접 수립해 시행한다"며 "육군 본부에서 직할 부대인 1항공여단을 무장 시켜 광주로 보냈지만 저는 그와 같은 일(헬기 사격)을 보고받은 바도 없고 군에서 하지도 않았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 5월 25일 육군참모총장이 전투교육사령관에 하달한 3가지 지침(전투교육사령관 책임하에 작전 실시, 5월 27일 0시 이후 실시, 양민 및 계엄군 희생을 최소화 대책 강구)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직속 상관이었던 김재명 전 작전참모부장이 1995년 검찰에 제출한 "방송 종료 즉시 벌컨 위협 사격 실시로 위압감과 공포감 조성"이라는 경고문 등에 대해서는 육군본부에서 작성한 문서가 아니라고 답변했다.
검찰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씨와 전씨가 1960년 소령 재직 때부터 알고 지냈으며 하나회 모임을 함께 했고 군 요직을 두루 지낸 점, 훈장이 취소된 점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육군 항공대 출신인 최해필 전 위원은 특조위 조사와 관련해 "조종사의 근무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본다. 대대장이 사격 명령을 했다고 해도 안전과 임무 성패의 모든 책임이 있는 조종사가 수행하지 않을 수 있다"며 5·18 헬기사격과 관련해 소수 의견을 낸 이유를 밝혔다.
최 전 위원은 "일부 대대장급까진 헬기 사격 명령을 받았지만 조종사들이 실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육군 103 항공대장(중령) 사격명령서를 보여주지 않으면 구두 사격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고 진술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지시라 따르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일빌딩 천장에서 발견된 탄흔의 밀집도가 헬기 사격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격 실험을 주장했고 일부 헬기사격 목격 증언의 신빙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또, 피터슨 목사가 제출한 사진 속 헬기가 우리나라에 없는 기종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이미 1995년 수사에서 헬기 날개(블레이드)가 어떤 각도에선 마스트 장착 조준 장치(MMS)로 보이기도 한다고 입증됐다. 헬기 동체에서 태극기 사진도 나왔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국방부 특조위원 상당수가 중립적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검찰은 최 전 위원 역시 5·18 때 광주에 출동해 조사받았던 조종사 대부분과 잘 아는 사이였다고 맞섰다.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 5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리며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결심공판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조비오 신부에 대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8년 5월 기소됐다.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돼야 성립하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