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기업은 생사절벽인데…정치권, 눈과 귀 닫았다"

입력 2020-09-21 17:32


"기업들은 매일 생사 절벽에서 발버둥치고 있는데 정치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야 가리지 않고 기업에 부담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기업들의) 앞길이 걱정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규제를 쏟아내고 있는 정치권을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코로나 사태로 도저히 버티기 어렵다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는데 (정치권은) 경제에 눈과 귀를 닫고 자기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 관련 법안들을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양당이 모두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의사표명부터 해놓은 상태라 의논이 얼마나 될지 걱정부터 앞선다"며 정치권이 기업의 입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절차만 봐도 일방통행이 예상되는데, 기업은 기업이 제일 잘 안다"며 "법 개정 관련해 경제계서 여러 차례 의견도 냈고 설득 노력도 했는데 여야가 일사천리로 합의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법과 절차 모두에 문제가 있는 만큼 기업 의견을 수렴하고 부작용, 대안까지 토론하며 옳은 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또 "불공정 거래 개선 등 법 개정 취지는 이해하지만 문제의 원인이 되는 동기는 놔둔 채 결과만으로 간섭·규제하면 결국 부작용이나 법을 우회하는 방식을 낳게 된다"며 가급적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감독으로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기업들도 소유, 지배구조나 기업 규모 등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고 어느 한쪽에 집중해 법을 만들면 부작용이 생긴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서 가장 합리적인 합치점을 찾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22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지도부를 만나 이같은 의견을 거듭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대한상의는 이날 '상의 리포트'를 국회에 제출했다. 리포트에서 대한상의는 상법·공정거래법 등의 법안들이 기업 경영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들어 합리적 대안 모색을 포함한 신중한 논의를 국회에 호소했다.

우선 상의는 '상법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대한 보완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를 꼭 도입해야 한다면 "투기펀드 등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진출하려고 시도할 경우만이라도 대주주 의결권 3%룰을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추가규제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방어권만은 보장해 달라는 의미다.

또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내부거래 규제대상 확대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했다. 개정안처럼 내부거래 규제대상을 획일적으로 확대하면 자회사 지분율이 평균 72.7%(상장 40.1%, 비상장 85.5%)에 달하는 지주회사 소속기업들은 대부분 내부거래를 의심받는 규제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지주회사가 아닌 기업 및 지주회사 소속기업들이 지주회사 밖 계열사와 거래하는 등의 경우에 대해 적용하고, '지주회사 소속기업들간에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상의는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이라는 순기능까지 약화시킬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출연된 주식에 대한 소급적용 배제와 '사회공헌활동에 충실한 공익법인 적용배제'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