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문 대통령과 통화 일정 미정…"한국과 거리 두겠다는 것"

입력 2020-09-20 23:16
수정 2020-09-21 08:21
교도통신 "얼어붙은 한일 관계 이어질 공산 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취임 나흘 만인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여는 것으로 정상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일정이 잡히지 않아 한국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이날 오후 9시 35분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전화회담을 했다.

스가 총리는 통화를 마친 뒤 관저에서 직접 취재진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미일동맹 강화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미일 동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고 했다"며 이에 자신은 "미일 동맹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기반"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24시간 언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해 달라"고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계기로 각국 정상과 전화회담을 통해 협력을 심화해 나가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에 앞서 스가 총리는 이날 오후 7시 54분께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도 전화회담을 했다.

지병을 이유로 사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후임으로 지난 16일 취임한 스가 총리가 다른 나라 정상과 회담한 것은 스콧 총리가 첫 번째다.

일본 언론은 스가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계기로 '아베 외교'를 계승하는 '스가 외교'를 펼치기 시작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가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다음으로 전화회담을 추진하는 외국 정상이 누구인지는 현재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가까운 이웃 나라와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했지만 역사 인식 문제를 놓고 대립해온 한국에 대해선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하는 인상을 풍겼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전화회담 성사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교도통신은 관저 소식통을 인용해 "(스가 총리는) 중국과 달리 한국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이라며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이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스가 총리는 안보 중심의 대미 외교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국가안보국장을 오는 22~25일 워싱턴에 파견한다.

기타무라 국장은 이번 방미 중에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미일 동맹에 기반을 둔 스가 내각의 안보 정책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대립이 치열해지는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와 '이지스 어쇼어' 배치 중단에 따른 새로운 미사일 방어 체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스가 총리는 오는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시작되는 각국 정상의 유엔총회 일반 토론 연설에 비디오 방식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