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 갈등 부른 청약제도…2030세대 vs 4050세대 '제로섬 게임' [집중취재]

입력 2020-09-16 17:38
수정 2020-09-16 17:08
청약 시장 세대별 갈등 격화
2017년 8·2 대책, 100% 가점제 도입
청년층 불만 일자 생애첫·신혼 특공 대폭 늘려
4050 "가점 쌓은 것 수포, 역차별" 불만 고조
<앵커>

최근 청약시장에서 2030세대와 4050세대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가점이 높은 사람이 청약에 당첨되는 '가점제'가 문제의 핵심인데요,

정부는 땜질식 처방만 내놓아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효성 기자입니다.

<기자>

<오프닝>

"지난 7~8월 서울에서 청약에 당첨된 이들의 평균 가점은 62.7점이었습니다.

30대는 부양가족이 있더라도 무주택기간, 청약통장가입기간이 짧아 사실상 가점 50점 이상을 넘기기가 어렵습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핵심 통로인 청약제도가 20·30세대에 박탈감을 준 건 지난 2017년 8·2 대책부터였습니다.

당시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에서 84㎡ 이하 주택을 모두 가점제로만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당첨가점이 치솟았고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청년층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자'는 영끌 투자, 패닉 바잉에 나섰습니다.

이같은 상황인데도 김현미 장관은 "청년층은 영끌 투자에 매달리지 말고 청약에 나서라"고 언급해 성난 민심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오형탁 / 시민(20대)

"주변에 들어보면 서울에서 (청년이) 청약이 되기는 로또보다 어렵다고 들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저도 (어렵지 않을까)…"

<인터뷰> 김ㅇㅇ / 시민(30대)

"가점으로 서울에서 집 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몇 년 전부터 경기도권으로 청약을 넣고 있어요. 그나마 그게 되니까. 연봉때문에 안 돼, 뭐 때문에 안 돼, 결국 청약으로 (서울에) 집을 살 수가 없어요. 그게 현실이기 때문에…"

청약이 20·30세대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이 쏟아지자 정부는 뒤늦게 3기 신도시 등지에서 청년·신혼부부의 청약 물량 확대를 예고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40·50세대가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우수한 입지에 저렴한 분양가로 주택이 공급되는데, 대부분이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에 배정됐기 때문입니다.

20년 가까이 무주택으로 거주한 장년층, 새 집으로 갈아타기를 계획하던 이들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 된 셈입니다.

40·50 세대가 청년층일 때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같은 제도도 없었을 뿐더러, 무주택으로 버티며 가점을 쌓은게 수포가 됐다는 박탈감도 큽니다.

결국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준다'는 속담은 현 청약시장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입니다.

<인터뷰> 김상훈 / 국회의원(국민의힘)

"(청약이) 제로섬 게임의 형태가 되고 있어요. 굉장히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고요). 청약시장을 가능하면 세대간의 차별을 노출시키는 게 아니라, 무주택자에게 내집마련의 기회를 주는 보편적인 기회의 시장으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전문가들은 이같은 세대 갈등이 "정부의 과도한 분양가 통제로 '청약은 로또'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새 집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돼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기대 수익이 생기다보니 저마다 유리한 방식을 요구한다는 겁니다.

결국 우수입지에서 안정적인 주택공급이 이뤄져야 청약 광풍을 잠재울 수 있을텐데,

8·4 대책에서 언급된 주택 공급은 빨라야 2025년부터 입주가 가능할 전망입니다.

<인터뷰> 서진형 /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

"(분양가 상한제로) 시장가격보다 낮게 분양하니까 분양을 받으면 자본 이득이 생기잖아요. 그것 때문에 이런 로또 청약 열풍이 불고 있고요. 또 기본적으로 현 정부에서 공급대책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거든요. 일정기간 동안 일정량의 공급량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을 펴야만 이런 로또 청약 현상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집값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불안 심리가 청약 시장까지 번지고 있는 가운데,

청약을 둘러싼 세대간 갈등을 봉합시킬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