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최악의 대형산불…15명 숨지고 50만명 대피령

입력 2020-09-12 08:42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의 3개 주(州)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더 큰 규모로 확대되면서 사망자가 15명으로 늘고 50만명 이상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일부 대형 산불이 서로 합쳐지고 마을과 교외 지역을 향해 돌진하면서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 등 미 서부 해안 지역의 산불 위기가 놀랄 만한 규모로 커졌다고 보도했다.

전날 7명으로 집계됐던 산불 사망자는 이날 15명으로 늘었다. 이 중에는 워싱턴주에서 숨진 1살배기 남자 아기도 있다. 그러나 화재로 탄 주택의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올해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이 300만에이커(약 1만2천140㎢)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기록을 새로 쓰고 있고, 오리건주에서도 피해 면적이 100만에이커(약 4천47㎢)에 육박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산불 피해 규모는 서울 면적(약 605㎢)의 20배에 달한다.

워싱턴주에서는 일부 마을들이 통째로 파괴됐다.

오리건주에서는 포틀랜드 외곽에서 '비치크리크 파이어'와 '리버사이드 파이어'가 합쳐지며 세력을 키울 태세인 가운데 테드 휠러 포틀랜드 시장이 전날 밤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포틀랜드에서 남쪽으로 48㎞ 떨어진 멀랄러에서는 주민들이 산불을 피해 대피하며 고속도로로 몰려들었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는 "우리 주 전역에 걸쳐 이처럼 많은 진화되지 않은 산불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리건주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 50만명의 주민에게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이는 오리건주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다고 CNN은 전했다.

이 주의 남부의 소도시 피닉스와 탤런트는 이번 산불로 마을 전체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

기상 상황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브라운 주지사는 바람이 "산불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역대 1, 3, 4위 규모로 확장한 대형 산불이 계속 타오르고 있다. 지난달 낙뢰로 발생한 '오거스트 복합 파이어'는 피해 면적이 74만6천600에이커(약 3천21㎢)로 커지며 이 주에서 가장 많은 산림을 태운 산불이 됐다.

오거스트 복합 파이어가 발생한 지역에 살던 크리스틴 마린은 "마치 최후 심판의 날 같다"며 "낮 동안 내내 밤 같고 대기질은 끔찍했다. 귀뚜라미가 울고 매연 냄새가 났다. 벽난로 속에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역시 지난달 번개가 떨어지며 시작된 'SCU 번개 복합 파이어'와 'LNU 번개 복합 파이어'도 각각 39만6천624에이커(약 1천605㎢), 36만3천220에이커(약 1천470㎢)를 태우며 피해 규모가 역대 3, 4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보태 캘리포니아 주도 새크라멘토 동쪽에서 발생한 '노스 복합 파이어'는 거의 25만에이커(약 1천11㎢)를 태운 뒤 20% 진화됐고, '크리크파이어'는 17만5천에이커(약 708㎢)를 불태웠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위터에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큰 20개 산불 중 6개가 올해 발생했다"며 "대피하라는 요청을 받으면 즉각 그렇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서부 해안 일대는 산불로 발생한 연기로 대기질마저 크게 악화한 상황이다. 국립기상청(NWS)은 이날 거대한 매연 구름이 워싱턴주를 덮치면서 공기질이 건강에 해로울 것이라고 예보했다. 일부 지역에는 재가 섞인 비가 내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해안 지대에도 짙은 연기가 예보됐다. 안개와 연기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시계가 크게 낮아졌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는 헛소문은 화마와 싸우는 당국에 또 다른 전선(戰線)이 되고 있다. 이번 산불이 극좌 성향의 반(反)파시즘 단체 '안티파'나 극우 성향의 백인 우월주의 단체 '프라우드 보이즈'의 방화 때문에 시작됐다는 소문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퍼지면서 관리들은 정보를 공유하기 전에 사실인지 먼저 검증하라고 공개적으로 당부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이날 안티파나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운동의 활동가들이 산불을 촉발했다는 소문은 거짓임을 제3자 팩트체크 기관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