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마이삭'이 제주를 거쳐 남해안에 상륙한 뒤 내륙을 관통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제주에서는 최대 순간풍속 초속 49m에 달하는 역대급 강풍을 기록하는 등 마이삭은 폭우보다는 전국 곳곳에 강풍 피해를 안겼다.
강풍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나오는 등 인명피해가 이어졌다.
제주 3만6천여가구, 경남 2만여가구, 부산 3천800여가구 등 6만4천여 가구가 강풍에 정전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원전이 정지하고 항공기와 열차 운행도 끊겼다.
마이삭이 관통한 부산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1시 35분께 사하구 한 아파트에서 60대 여성 A씨가 베란다 창문에 테이프 작업을 하던 중 유리가 갑자기 깨졌다.
이 사고로 A씨가 왼손목과 오른쪽 팔뚝이 베이면서 많은 피를 흘렸다.
A씨는 병원으로 급히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오전 2시 6분께 숨졌다.
오전 2시 17분께는 부산 해운대 미포선착장에서 50대 남성이 방파제에 들어갔다가 파도에 휩쓸리는 바람에 왼쪽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비슷한 시각 해운대구 한 편의점 앞에서 강풍에 흔들리는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붙잡던 60대 남성은 냉장고가 쓰러지는 바람에 깔려 기절했다가 구조됐다.
오전 0시께 부산 동구 도심하천인 동천에 40대 여성이 빠졌다가 119 구조대원에게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2일 오후 11시께는 부산 서구 암남동에서 50대 남성이 발등과 뒤꿈치에 강풍에 깨진 유리 조각을 맞아 다치기도 했다.
3일 오전 2시 40분께 경남 고성군 동해면 매정마을 인근 해상에는 피항해있던 컨테이너 운반선이 표류했다가 긴급 출동한 해경이 미얀마인 12명과 중국인 2명 등 14명을 안전하게 구조했다.
울산에서는 오전 1시 55분께 남구 선암동에서는 창문이 파손되면서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에서는 최대 순간풍속 초속 49m를 넘는 강풍이 불고, 산지에 1천㎜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시 고산의 초속 49.2m 바람은 역대 태풍 7위에 해당하는 강풍으로 기록됐다.
강한 바람에 서귀포시 서호동 가로수가 꺾여 쓰러지면서 인근에 주차된 차량을 덮치는 사고가 났다.
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일 오후 9시 기준 481건의 강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부산에서는 동구 수정동 교차로에 가건물 형태 이동식 집이 도로에 나뒹굴었다.
해운대구 장산로에서는 길이 40m의 철재 구조물이 도로 위로 쓰러져 도로가 전면통제됐고, 동서고가로에 있는 높이 5m 구조물도 일부 파손됐다.
강서 체육공원 앞 도로에는 사무실 용도로 쓰던 컨테이너가 바람에 밀려와 도로를 막았다.
이외에도 강풍에 간판이 떨어지거나 가로수가 부러지고 건물 외벽이나 마감재가 떨어져 나가는 등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1시 기준 부산소방본부에 접수된 강풍 피해 신고는 145건에 달했다.
부산에서는 강풍에 3천874가구가 정전돼 긴급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강풍에 동서고가로, 광안리 해안도로, 마린시티1로, 덕천배수장, 수관교, 광안대교, 을숙도 대교 등 35곳의 교량이나 도로가 통제되기도 했다.
원전 4기 운영도 일시 중지됐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3일 새벽 운영 중이던 고리 3, 4호기, 신고리 1, 2호기의 원자로가 정지됐다고 밝혔다.
신고리 1호기가 이날 0시 59분 가장 먼저 정지됐고, 신고리 2호기가 오전 1시 12분께 멈췄다. 고리 3호기는 오전 2시 53분, 고리 4호기는 오전 3시 1분께 정지했다.
고리본부는 원자로 정지 원인이 발전소 밖 전력계통 이상으로 추정하고 상세 원인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로 정지로 인해 외부에 방사선 영향은 없으며, 정지된 원자로는 안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창원소방본부에는 전날 오후부터 정전, 가로등 흔들림, 현수막 날림 등 태풍 피해 문의 전화 수백 건이 잇따랐다.
한국전력 경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기준 창원 등 8개 시군 2만514가구가 정전됐다.
오전 1시 32분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 한 가게 셔터가 날아가고, 오전 1시 6분에는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한 아파트에서 유리창이 깨졌다.
비슷한 시간 진해구 용원동 한 빌라 외벽이 무너졌다.
전날 오후 거제시 옥포동에서는 신호등이 휘고 나무가 쓰러지고 울타리가 넘어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강풍으로 고압선이 끊어지는 등 정전 피해도 이어졌다.
태풍 상륙에 앞서 강풍이 불자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마산과 창원을 잇는 마창대교 등 대부분 대교가 통제되기도 했다.
부산과 김해를 잇는 부산김해경전철도 전날 오후 9시 37분께 운행을 조기 중단했다.
울산에서도 강풍에 울주군 두동면 도로에 나무가 쓰러지고 중구 반구동 한 건물에서 타일이 떨어지는 등 총 125건의 피해 신고가 소방본부에 접수됐다.
3일 오전 0시 33분께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한 주택에서는 강풍에 날아온 길쭉한 형태의 구조물이 지붕을 뚫고 집안에 꽂히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집에 사람이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정전도 이어져 강변센트럴하이츠 아파트 670여 가구를 포함해 동구 전하동 푸르지오 1천300여 가구, 북구 달천아이파크2차 930여 가구 등 2천900여 가구가 밤새 불안에 떨었다.
제주에서는 최대 순간풍속 초속 49m를 넘는 강풍이 불고, 산지에 1천㎜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제주도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시 고산에서 측정된 초속 49.2m 바람은 역대 태풍 7위에 해당하는 강풍이었다.
1위는 초속 60m를 기록한 태풍 매미(2003년)였고 쁘라삐룬(2000년·초속 58.3m), 루사(2002년·초속 56.7m), 차바(2016년·초속 56.5m), 나리(2007년·초속 52m), 볼라벤(2012년·초속 51.8m), 테드(1992년·초속 51m) 다음이었다.
이날 오후 서귀포시 중산간서로 색달 구간에서 버스 등 차량 8대가 침수된 채 고립됐다.
서귀포시 대정읍 사계항에 정박해 있던 모터보트 1척은 침몰했다.
강한 바람에 서귀포시 서호동 가로수가 꺾여 쓰러지면서 인근에 주차된 차량을 덮치는 사고가 났다.
강원도에서는 태풍이 몰고 온 넓은 비구름 탓에 동해안을 중심으로 집중 호우가 쏟아지며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전남 곳곳에서 간판 파손과 가로수 전도 등 태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고, 여수 거문도에는 강풍에 500여 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마이삭은 영남지역을 비롯한 동쪽 지방 도시들을 관통해 이날 오전 6시께 강릉 남남동쪽 약 80㎞ 부근 육상에 도달한 뒤 동해로 빠져나갔다가 정오께 다시 북한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마이삭은 저녁 북한 청진 북서쪽 부근 육상에서 점차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