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학자 76% "집값상승은 정부 정책 때문"

입력 2020-08-31 14:23


국내 경제학자 열명 가운데 여덟명은 집값 상승 원인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걸로 나타났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경제토론 패널에 참석한 소속 회원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재 수도권의 주택가격 폭등 현상의 주요 원인이 재건축 억제로 주거 선호 지역의 공급확대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사업용 장기보유 등으로 매물이 감소한 데 있다'라는 주장에 76%가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강하게 동의한다'는 답변은 30%, '어느정도 동의한다'는 답변은 46%였다.

허정 서강대 교수는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원인에 대해 "주택은 특성상 동질적인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 선호가 크게 반영되는 매우 이질적인 상품"이라며 "선호하는 주택의 공급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각종 세금을 중과하게 되면 가격상승은 매우 기초적인 경제학 원리"라고 답했다.

김준성 경희대 교수는 "특정지역들을 추가적으로 꼽아 투기과열지구로 삼거나 토지거래허가제 등을 시행해 국민에게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시그널을 주는 것은 정부가 해서는 안 되는 정책이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2017년 재건축 억재,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사업자 활성화 조치들도 어느 정도 가격상승에 일조했겠지만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는 근본적인 원인은 장기간 지속된 초저금리와 부동자금에 있다"며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한 평가도 냉정했다.

패널의 71%는 '임대차3법으로 임대인들이 장기적으로 전세계약 자체를 회피하면서 전세매물 부족과 전세의 월세화가 발생해 임차인의 임대 부담이 오히려 상승할 것'이라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강하게 동의한다'는 답변은 24%, '어느 정도 동의한다'는 답변은 47%였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임대차3법 관련 "사실상 전세공급을 줄여 전세를 구하기 힘든 상황 하에서 전세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월세 이전과정에서 월세 가격도 높아지면서 전월세 시장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한편 최승주 서울대 교수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차3법은 필요하지만, 임차인의 임대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을 완화할 섬세한 시장정책이 필요하다"고 임차인의 권리가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응답자의 78%가 '주거 선호 지역에의 공급 확대'를 꼽았다. 취득세 등 각종 부동산 세제 강화에 대해서는 '보유세는 강화하되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가장 높은 동의 비율(57%)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