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1차투표 때 부결…재투표서 뒤집혀

입력 2020-08-30 22:26
수정 2020-08-31 06:25
대전협 "파업 지속 여부 의결한 게 아냐" 설명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가 29일 오후 10시부터 30일 오전까지 밤샘 회의를 이어간 끝에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첫 투표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해 부결됐으나, 재투표를 거쳐 파업을 강행하기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협은 이날 공지를 통해 "모든 전공의는 대전협 비대위 지침에 따라 단체행동을 지속한다"는 밤샘 회의 결과를 알렸다.

이와 함께 "대의원은 이후로 7일 동안 모든 단체행동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비대위원장에 위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협은 비대위 회의에서 전공의 파업 중단 혹은 지속 여부를 확인하는 표결 결과, 과반수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부결됐으나 재투표를 거쳐 집단휴진을 강행키로 정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첫 투표에서는 의결권을 행사한 193명 중 96명이 파업 지속을, 49명이 파업 중단을 선택하고 48명이 기권표를 행사했다. 찬성이 우세했으나 과반 정족수 97명을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이 과정을 보건복지부는 "1차 투표에서 파업 지속 추진이 부결되었던 투표 결과를 뒤집었다"고 표현했으나 대전협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대전협은 1차 투표 안건은 '합의문을 채택하고 단체행동을 중단할 것을 범투위에 상정한다'였으며, 파업 지속 여부를 두고 의결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전협은 "단체행동 중단 여부에 대해 어느 쪽도 과반을 넘지 못해 안건이 폐기된 것이며 파업 중단은 부결됐다"며 "무리하게 재투표에 붙였다는 정부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의결 과정과 절차상 문제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대전협은 파업 등 단체행동 진행과 중단 여부에 관한 결정을 박지현 비대위원장에 위임하기로 의결한 뒤 재투표를 벌였다.

재투표에서는 파업에 관해 분명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회의 결과에 따른 합의문 채택 및 단체행동 중단' 안건을 상정했다고 대전협은 설명했다.

재투표에서는 의결권을 행사한 186명 중 파업 강행이 134명, 중단이 39명, 기권이 13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대전협과 의학교육 및 수련병원 협의체는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을 원점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한다는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 안은 보건복지부와의 합의는 아니지만 국립대병원 및 사립대병원장, 전국 의과대학, 의학한림원 등 의료계 원로들과 전공의, 의과대학생이 의견을 모았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특히 해당 안에는 국회 또는 정부가 관련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전공의는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의과대학 학생을 포함한 의료계가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선언도 담겼다.

전공의들은 28일엔 국회로부터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겠다"는 보장을 받았다.

한정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대전협과 직접 만나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관련 법안 추진을 중단하고, 향후 의협과 대전협 등이 포함된 국회 내 협의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합의 없이는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