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무슨 죄인가요"…엄마 울린 초등생 딸의 그림

입력 2020-08-30 08:35


인천시 남동구에 사는 40대 김 모 씨는 최근 초등학생 2학년인 딸의 교과서를 살펴보던 중 눈물이 핑 돌았다.

딸의 교과서에는 '나의 봄은 어땠나요'라는 질문과 함께 그림을 그려 넣을 수 있는 빈칸이 있었다.

예시로는 친구들과 봄 소풍을 떠나거나 봄비를 맞으며 미소 짓는 모습 등이 나왔지만, 딸이 그린 것은 마스크를 쓴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림 옆에는 '마스크를 썼어요'라는 짧은 한마디를 남겼다. 색칠 하나 없었지만, 표정만큼은 웃고 있었다.

김씨는 30일 "코로나19 사태로 집에만 있으니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과 함께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도 방역 지침을 어기는 이기적이고 무지한 일부 어른들에게 화가 난다"며 "힘들어도 아이와 더 재미있게 놀아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딸이 작성한 마인드맵에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로 '마스크 쓰고 있기'와 '거리 두기'가 있었다.

가족과 함께한 일로는 '집에서 놀기'라고 적었다. 올여름 기나긴 장마 탓인지 '인터넷으로 일기예보 보기'도 포함됐다.

인천지역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난 27일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방역 수칙을 어기는 어른들과 집에서 머무르고 있는 아이들을 대조적으로 표현한 삽화가 담겼다.

아이들을 위해 방역의 중요성을 인지해달라고 호소하는 글에 많은 누리꾼이 공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부모와 어린 자녀들이 가정에서 겪는 피로감은 점점 쌓이고 있다.

인천의 한 아동심리상담센터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상담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모와 자녀 간, 혹은 형제끼리 갈등 양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등교가 어려워지면서 아이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우울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정규 교육의 부재에 따른 부모들의 불안감이 아이들에 대한 과도한 간섭으로 이어지는 것도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다.

박지혜 아동·청소년상담사는 "아이들에게 우울증이 오면 쉽게 짜증을 내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 쉽다며"며 "일상생활에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자율적인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