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북상에 남부 피해 속출…"가로수 뽑히고 도로까지 침몰"

입력 2020-08-26 23:12
26일 제8호 태풍 '바비'가 북상하면서 제주와 전남을 중심으로 강풍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태풍이 이날 밤 목포 서쪽 해상을 지나 북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남, 전북, 경남 등 남부 지방은 물론 충청, 경기 등 서부권이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 강풍에 두동강 난 가로수…대형 간판 쓰러져 교통사고도

제주에는 산간 지역에 300㎜ 넘는 폭우가 내리고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36m가 넘는 강풍이 불어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강풍으로 제주시 도남동 건물 앞에서 대형 입간판이 쓰러지면서 맞은편 도로를 달리던 차량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 시내 도로 곳곳에서는 가로수가 뿌리째 뽑히거나 두동강 났다.

제주공항에서 도청 방면으로 가는 연동 도로에서는 신호등이 떨어지고, 제주시 아라2동에서는 가로등이 꺾이면서 도로를 덮쳐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강풍에 아파트 외벽이 뜯어지거나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공사장 안전 펜스가 무너지기도 했다.

제주시 도련1동 도련사거리 인근 도로에 지름 약 27㎝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했고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해안도로 일부 구간이 침수돼 차량 진입이 통제됐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130여건 피해 신고가 접수됐고 261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었다.



전남소방본부에도 현재까지 61건, 광주소방본부에는 27건의 강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간판이 떨어졌다는 신고가 대부분이었다.

영암군 삼호읍의 한 주유소에서는 간판이 떨어졌으며 해남군 해남읍 한 아파트에서는 강풍에 출입문이 떨어져 소방대원들이 안전 조치를 했다.

이날 오후 4시께 강풍으로 신안 가거도·장도·중태도·상태도에서 총 127가구가 정전 피해를 당했으며 이 중 상태도 51가구만 복구가 완료됐다.

오후 6시 44분께는 강풍에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전선과 접촉해 광주 북구 문흥동 일대 아파트와 주택 2천100 가구가 정전됐다가 50분 만에 복구되기도 했다.



◇ 하늘길·바닷길 끊겨…철도 운행도 통제

태풍 영향으로 하늘길과 바닷길도 막혔다.

이날 제주국제공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이 결항했다.

광주공항과 무안국제공항, 여수공항에서 서울과 제주, 강원을 오가는 비행편도 전편 결항했다.

김포공항과 김해공항도 오전에만 일부 항공편을 운항하고 오후부터 결항했다.

제주에서 우수영·목포·녹동·완도·부산·가파도(마라도) 등을 오가는 9개 항로 15척 여객선 운항도 전면 통제됐고 선박 1천905척이 파도를 피해 항구에 정박했다.

전남 역시 목포·여수·완도·고흥 등 54항로 69척의 운항이 모두 통제됐다.

부산항만공사는 26일 0시를 기해 신항과 북항의 모든 컨테이너 터미널의 운영을 중단했으며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도 전면 중단했다.

장항선과 경전선, 호남선 등 일부 열차 운행도 이날 오후부터 중지됐다.

오후 5시 이후 경전선 광주송정∼순천역 구간과 오후 6시 이후 호남선 광주송정∼목포역 구간 운행이 중지됐다.

장항선 용산∼익산역 전 구간은 오후 6시부터 중단됐다.

강풍 피해를 우려해 국내 4번째 규모의 해상 교량인 신안 천사대교(길이 7.2km) 통행도 오후 7시부터 제한했다.

성삼재 등 낙석 위험이 있거나 호우 피해를 복구 중인 구례·곡성 도로 6곳의 통행도 통제됐다.

한라산과 무등산, 월출산 등 주요 산 입산도 제한됐다.



◇ 전남·북, 경남 이어 충청, 경기 등 서부권도 비상 단계 발령

광주시는 비상 1단계, 전남도는 비상 2단계를 발령하고 재해대책본부 근무 인력 등을 증원해 태풍에 대비하고 있다.

광주시는 태풍주의보 발령 시 1단계, 경보 발령 시에는 2단계로 올리고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면 3단계로 격상할 방침이다.

전북과 경남도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

태풍이 한반도 서쪽을 수직으로 지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충북도도 이날 오전부터 비상 1단계를 가동 중이며 태풍주의보 발효 시 비상 2단계로 격상해 경찰, 기상청 등 유관기관들과 경계 태세에 나서기로 했다.

인천시는 비상 3단계를 발령했으며, 경기도는 비상단계를 최고 수준인 4단계로 끌어올려 대비 중이다.

이날 주요 지점의 최대 순간풍속은 전남 신안군 흑산도 초속 47.4m, 가거도 43.4m, 홍도 41.1mm, 진도 서거차도 39.5m, 광주 무등산 33.7m, 제주도 윗세오름 36.4m, 제주공항 32.7m다.

이날 강수량은 제주 삼각봉 395㎜·사제비 364㎜·제주시 114.3mm, 전남 순천 126.3mm·화순 이양 120mm·신안 압해 63mm·광주 32.4mm 등이다.

태풍 바비는 이날 오후 9시 기준 목포 서쪽 약 170km 해상을 시속 30km로 북진하고 있다.

중심 기압 955hPa, 중심 최대풍속 초속 40m(시속 144km)의 중형급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광주에 최근접하는 시간은 오후 11시로, 이때 광주 서쪽 210km 해상을 지나 27일 오전 5시께 서울에 근접한 뒤 오전 6시께 황해도 인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