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무용지물?…홍콩 30대 확진자, 4개월 만에 재감염

입력 2020-08-25 10:58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좀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재감염 사례가 또다시 보고됐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재감염 사례가 잇따르면서 백신과 집단면역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30대 홍콩인 남성이 4개월 반 만에 재감염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이달 스페인을 방문한 후 영국 런던을 거쳐 귀국했다. 두 지역 모두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이 남성의 사례는 전날 홍콩대 연구진이 "코로나19 완치자의 세계 첫 재감염 사례 기록"이라고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앞서 코로나19 재감염 사례는 이탈리아,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도 여러차례 보고됐다.

그러나 홍콩대는 앞선 사례들은 "재감염 추정 사례"이며, 이번 사례는 "엄격한 검사를 거쳐 확인된 첫 재감염 사례"라고 주장했다.

IT업계에 종사하는 이 홍콩 남성은 평소 건강체질이었으며, 재감염에서 무증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 남성의 첫 번째 감염과 재감염의 코로나바이러스 염기서열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재감염 사례가 잇따르면서 집단면역과 백신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 완치자에게는 항체가 형성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져 재감염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홍콩대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재감염이 확인된 것은 백신이 코로나19에 대한 '평생 면역'을 제공하지 않으며, 집단면역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감염된 남성이 현재는 무증상이지만 다른 환자의 경우는 훨씬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재감염 환자들도 백신 연구 과정에서 고려돼야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에 재감염돼 처음보다 훨씬 심한 증세를 겪는 사례들이 보고됐다. 현지 의료진들은 첫번째 감염으로 생긴 항체가 인체 보호 기능을 수행하기는 커녕 더 심한 증상의 재감염을 활성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이론을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게재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도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50대 경찰관이 두 달 만에 재감염됐으며 가슴통증 등을 호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재감염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번 홍콩 남성의 사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WP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사람이 재감염에서 무증상을 보였다는 것은 비록 재감염을 막지는 못했다고 해도 그의 면역체계가 작동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예일대 면역학자 아키코 이와사키는 이 홍콩 남성의 사례를 거론하며 "이번 사례는 면역체계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라는 트윗을 날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