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사태를 맞닥뜨린 시점에서다.
코로나19가 1차 유행했던 올해 3월 말, 문재인 대통령은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했다. 야권이 보름 뒤의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 중 하나로 이 재난지원금을 꼽았을 만큼, 온 국민 호주머니로 현금이 꽂히는 재난지원금은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이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양상도 첫 시행이던 1차 때만큼 복잡하다.
일단 정부·여당은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방역이 먼저라는 이유인데, 3차례에 걸친 추경으로 바닥을 드러낸 곳간 사정이 더 큰 고려 요소로 보인다. 공식 입장과 달리 여권에선 지급 요구가 분출하는 상황이다.
미래통합당은 재난지원금 지급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했다. '적극 재정론자'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두에 섰다. '돈 주는 데 마다할 사람 없다'는 심리를 노린 측면도 엿보인다.
재난지원금을 줄 경우 선별 지급할지, 모든 국민에게 줄지, 또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놓고도 정치권의 백가쟁명이 한창이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23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현시점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또 얼마나 확산할지에 따라 처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일단 재정 여력을 비축하고 방역에 집중할 때라는 것이다.
유력 당권주자인 이낙연 후보는 "재난지원금 논의는 일단 금주까지 방역에 최대한 집중하고 이후로 미뤘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차등 지급이 옳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지급 여부는 물론이고 시기, 대상, 규모까지 저마다 다른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설훈 김해영 최고위원,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 등 지도부 인사마저 공개적으로 재난지원금 지급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국민 대상 지급을 주장했다.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은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50%와 50∼70%로 차등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슈난'에 허덕이는 8·29 전당대회 후보자들도 기다렸다는 듯 재난지원금 지급 논쟁에 뛰어들었다.
선별 지급을 주장해 온 신동근 최고위원 후보는 "선별 지급이 보수야당에 동조하는 주장이라는 것은 잘못된 선동"이라고 이 지사를 직격했다.
염태영 최고위원 후보는 "재난지원금이 추석 전에 지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당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사실상 당론으로 못 박았다. 1차 지급 때 민주당에 끌려다녔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선별 지급'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24일 "긴급재난기금을 나눠주는 데 있어 어디에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을 것인가 예의주시하면서 준비해야 한다"고 선별 지원을 요구했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같은 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와 관련 없는 사업들을 일단 보류하더라도 일단 방역과 재난지원금에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난지원금 지급에 난색을 보이는 정부·여당을 향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선거 끝났다고 주저하나"라는 등 공세를 폈다.
국민의당은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단발적인 '현금 뿌리기'에 그쳐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철수 대표는 "인기영합주의의 간교한 발상과 행태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돈을 어떻게 끌어다 쓸지도 논란거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예결위에서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100%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권에선 이미 3차 추경까지 편성된 만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공공부문의 고통 분담 등 1차 때와 다른 재원 조달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각자 희생을 통해 조금씩 양보하면서 이 상황을 극복하자는 방안이 틀렸다고 생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제안한 공무원 임금 삭감 방안에 찬성한 것이다. 진성준 위원장은 "방역 행정으로 지친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는 일"이라며 반대했다.
김부겸 당 대표 후보는 국가재난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이원욱 최고위원 후보는 국채 발행을 주장했다.
통합당은 4차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어차피 4차 추경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마련을 요구하면서 "4급 이상 공무원들은 20%가 됐든 30%가 됐든 일정한 액을 내놓고 국민들의 어려움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조정훈 의원의 주장에 일부 동조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쟁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