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한 움쿰씩 빠져"…코로나19 '탈모' 후유증?

입력 2020-08-24 18:58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완치된 할리우드 배우 겸 가수 알리사 밀라노가 자신의 SNS를 통해 "후유증으로 탈모 증상을 겪고 있다"고 밝히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탈모의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사례는 비단 알리사 밀라노 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뒤 탈모 증상을 경험했다는 환자들의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직장인 A(41)씨는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감염 전에는 탈모 증상이 전혀 없었는데 완치된 뒤에는 아침마다 머리카락 수백개가 빠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반응도 뜨겁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마스크를 절대로(절대적으로) 착용할 확실한 이유가 생겼다"라거나 "머리카락이 빠진다니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절실하게 느낀다"는 반응이 나온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탈모 증상을 직접적으로 유발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제 사례가 일반화할 수 있을 만큼 다수 존재하는지를 파악한 뒤 인과관계를 따져야 한다.

국내에는 아직 얼마나 많은 코로나19 감염환자가 완치 후 탈모 증상을 겪고 있는지를 조사한 통계가 없지만 감염자가 훨씬 많이 발생한 미국에는 눈길을 끄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인디애나 의과대학(Indiana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의 나탈리 램버트 씨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1천567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7월25일 공개)에 따르면 응답자 중 423명(26.9%)이 코로나19 완치 후 탈모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된다.

김신우 경북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2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코로나19 완치 뒤 탈모 증상을 겪고 있다는 사례가 많다면 바이러스와 탈모와의 인과관계를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탈모 증상을 직접적으로 유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탈모 증상을 겪는다는 환자 사례를 아직 보지 못했고 저희 병원에도 아직 그런 환자는 없다"면서 "중병에 의한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탈모 증상을 직접적으로 유발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신우 교수도 "큰 병을 앓고 난 뒤 머리가 빠진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간접적으로 관여될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클리닉의 실피 케타팔 박사는 코로나 환자들의 탈모 현상은 신체 조직에 대한 충격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탈모일 것이라며 "수술, 중대한 신체적 또는 심리적 외상, 모종의 감염, 고열, 극심한 체중 감소, 식단 변경과 같은 일반적인 (탈모) 유발 인자가 있다"고 말했다.

케타팔 박사는 "스트레스 발생 시기와 탈모의 시작 사이에는 일반적으로 2~3개월의 지연기가 있다"며 "이는 코로나 증상이 해소된 후 몇 주 뒤 탈모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발견하는 이유"라고 지적한 뒤 탈모는 "코로나19의 '증상'이라기보다는 감염의 '결과'"라고 말했다.

우리 몸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범준 중앙대 의대 피부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몸 안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들다 보면 일시적으로 탈모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몸이 힘들면 인체가 급하지 않은 손톱이나 발톱 등의 생산을 중단하고 치유에만 집중하게 된다"며 "완치 뒤 상당 기간이 지나면 탈모 증상도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