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비수도권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전국 대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한 첫날인 23일 신규 확진자 수가 400명에 육박한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3단계 격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감염경로를 모르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 비율도 20%를 넘어서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집단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코로나19는 앞으로도 더 확산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유명 패스트푸드점, 대형 병원, 외교부 청사까지 뚫리면서 전국 곳곳에서 하루가 다르게 예상치 못한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거리두기를 3단계 격상해야 확산세를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정부는 '엄중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사회·경제활동 제약 등을 고려해 아직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 3단계 격상 가능성…비수도권 신규확진 100명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아직 거리두기 3단계를 결정하는 여러 지표를 완전히 충족하지는 않았지만, 연일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21∼23일 사흘간 300명대를 기록했고, 최근의 집단감염이 본격화된 지난 14일 이후 열흘간 누적 확진자가 2천629명에 달한다.
방역당국은 이런 추세를 우려한 듯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할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중을 내비친 바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지 않고서는 현재 유행을 통제하기에는 매우 어렵다"며 "지속해서 확산세가 유지가 된다고 하면 3단계 격상도 검토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현재 예의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전국적인 확산 흐름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397명 가운데 100명이 비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지난 5월 초 시작된 수도권 집단감염 이후 비수도권 확진자가 100명 선에 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감염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중환자가 덩달아 속출하고 있는 것도 의료체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위증·중증환자는 지난 18일 이후 일별로 9명→12명→12명→18명→25명→30명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신규확진·깜깜이 비율 '껑충'…3단계 기준 임박
이런 가운데 거리두기 단계를 결정짓는 일일 확진자 수(최근 2주간 지역발생)와 감염경로 불명 사례 비율 등의 지표는 이미 3단계 기준에 해당하거나 임박한 상태다.
최근 2주간(10∼23일) 지역발생 확진자는 총 2천625명으로, 일평균 187.5명을 기록했다. 이는 3단계 기준 중 하나인 '100∼200명 이상'에 해당하는 것이다.
다만 1주일에 2회 이상 더블링(일일 확진환자 수가 2배로 증가하는 경우) 발생 기준은 충족하지 않았다.
감염경로 불명 사례 비율은 지난달 초부터 이달 초까지는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전날 20%를 돌파하며 껑충 뛰었다.
특히 최근 2주간 비율을 보면 9일 9.2%에서 22일에는 20.2%로 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3단계 기준의 '급격한 증가'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이날은 16.2%로 다소 줄어들었다.
또 다른 3단계 기준인 관리 중인 집단발생 현황의 급격한 증가 역시 충족되는 모습이다.
수도권의 경우 초기에는 교회, 방문판매업체, 유흥시설 등 기존의 집단감염 시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속출했지만, 최근에는 여름철 바캉스 모임, 극단, 커피전문점 등 다양한 곳에서 집단발병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 3단계, 10인 이상 모임금지·등교수업 중단
이처럼 코로나19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3단계 격상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3단계에서는 사회·경제활동에 큰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일단 3단계 하에서는 10인 이상의 모임이 금지되고, 필수적인 공공·기업 활동만 허용된다.
또 모든 공공시설은 운영을 멈추고, 민간에서는 클럽·PC방 등 고위험시설뿐만 아니라 중위험 시설도 운영이 중단된다.
음식점이나 필수 산업시설, 거주 시설 정도만 영업을 할 수 있으나 이마저도 오후 9시 이후에는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학교와 유치원은 등교 수업을 중단하고 휴교에 들어가거나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 모든 스포츠 경기와 행사도 중단된다.
이런 고강도 제약 때문에 정부는 유행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와 함께 사회·경제적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격상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확진자 분포 등을 내부적으로 늘 분석하고 있다"며 "(현재) 2단계 조치를 시행하면서도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있는데 이 균형점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반면 감염병 전문가들은 조기에 감염 확산세를 잡고 일상 생활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3단계 격상이 시급하다고 경고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를 짧고 굵게 3단계로 올려야 한다"며 "양성률, 환자분포, 깜깜이 비율 등 상당히 위험한 상황으로 선제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고 빨리 (확진자 수를) 줄인 다음에 서서히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갑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 역시 "결정을 신속하게 못 하면 파고가 길어질 수 있다"며 "악화한 상황이 오래가면 경제에 더 타격이 된다. 강력하게 올리고 나서 빨리 회복시키는 것이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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