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생산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차체 설비 개발이다. 완성차 업체만큼 주목받지는 않지만, 2대에 걸쳐 이 기초 산업에 묵묵히 종사해 온 기업이 있다. 김기영 대표와 효진오토테크가 그 주인공이다.
44년 역사를 가진 효진오토테크는 자동차 대량 생산에 필요한 로봇과 자체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효진오토테크는 일본과 중국, 태국에 각각 현지 법인을 운영하는 한편 말레이시아에도 영업소를 보유했다.
창업주이자 1대 회장인 김상철 회장은 1977년 효진오토테크를 설립했다. 초창기에는 주로 일본 H 자동차 납품용 부품을 만들어 왔다고 한다. 2007년에는 기술 및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지정되고, 2012년에 와서 2대 김기영 대표가 취임했다. 효진오토테크는 이후 2012년 수출 2000만 불탑 수상, 2018년 중소기업청 기술혁신 개발사업 연구개발 기관 선정,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탄소지원화 기술고도화 총괄연구 기관 선정 등의 성과를 올려 왔다.
김 대표의 취임 후 효진오토테크는 예전보다 젊은 감각과 도전정신이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령 제조 공정에서 신기술인 3D시뮬레이션을 도입해 미리 문제를 파악하고 보완하기 시작했다. 고객사로부터 초기 주문을 받을 때는 차체에 대한 정보와 생산에 걸리는 텍타임 등을 전달받는다. 이후 각 공정을 구성하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간섭이나 현장에서 나오는 문제점을 미리 발췌, 설비를 수정하고 제작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동영상을 활용하면 상황에 맞는 발 빠른 입회검사가 진행된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로 오가지 못할 때는 도면 승인이나 검수 등 전 과정을 동영상을 통해 처리하며, 모든 서류가 맞아 떨어지고 나서야 출하가 이뤄진다.
효진오토테크는 업계에서 후발 주자에 속하지만 아시아권 최대 규모의 3D검사장비와 측정기 10대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내장과 외장의 수많은 부품도 갖췄다. 큐빙이라는 일종의 틀을 만들어 시트나 의자, 라디오케이스, 핸들 같은 수십에서 수백 종류에 이르는 부품을 부착시킨다. 이렇게 조립성과 간차, 단차를 확인해서 모든 부품과 품질을 육성 관리한다.
일을 시작한 초기에 김 대표는 일본에서 들어온 주문을 따내기 위해 자를 대고 직접 도면을 그려가며 밤샘 작업을 하는 열의를 보였다. 고객사는 크게 만족했으며 이런 열정은 효진이 매출의 70~80를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된다. 그는 대표가 된 지금도 직접 일선에서 뛰면서 영업 총괄을 지휘하며, 특히 일본어가 유창해서 수출 물량의 50 이상이 일본에 나갈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사업 멘토로 부친인 김상철 회장을 꼽는다. 70년 자동차회사 입사한 김 회장은 77년 흥일기공사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정밀기계 경진대회에 출전해 우승하는 등 남다른 감각을 가졌으며 지금도 회사에 자주 들러 업무와 직원들의 안부를 챙긴다고 한다.
사회 환원 목적으로 직원들과 지역 주민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생활 체육관을 지은 것도 김 회장의 아이디어다. 김 대표는 “경영자로서 아버지의 묵직함과 과감한 투자, 또 옛날 방식이지만 지켜야 할 가치들을 새기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굴뚝산업인 자동차에 대한 애착도 김 회장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자동차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기간산업이지만 변화된 시대에 이것만으로는 살아남기 쉽지 않다 보니 김 대표는 새로운 사업 개척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를 위해 효진오토테크가 새롭게 도전하기 시작한 분야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환경에너지 산업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리카본USA와 설비 계약을 맺었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물질이다. 그러나 역발상을 통해 어떻게 유용한 자원으로 바꿀지를 효진오토테크는 고민하고 있다. 플라즈마라는 에너지를 투입해서 일산화탄소와 수소 같은 합성 가스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테스트 설비는 이미 구축돼 있는데, 자동차설비에 대한 정밀가공 부문의 강점을 살렸다고. 전기 장치인 리액터와 이산화탄소를 분해하는 에미션 블레이드를 만드는 게 효진오토테크가 맡은 역할이다.
효진오토테크는 최근 3공장을 준공한 이후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새로운 공장의 내외부 시설을 직접 챙기며 아들인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다. 그는 “실패하더라도 경험을 얻어갈 수 있으며 나도 그런 과정을 수없이 거쳤기 때문에 아들의 도전을 응원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할 수 있는 기본 역량에 맞는 수준에서 새 사업을 찾아 나간다면 좀 더 리스크가 적으면서 새로운 사업도 모색해 나갈 수 있다”면서 “그렇게 노력을 하다 보면 더 좋은 기회와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탄소자원화사업과 수소 사업은 포화상태인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비전이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여러 가지 대외적 변수에 대응하는 것도 효진오토테크가 안고 있는 과제다. 김 대표는 “세계에 정말 우리 제품을 팔 수 있는 판로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야 이런 어려운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경영컨설팅사업부 천소영 지점장은 “효진오토테크는 수출 이천만 불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데 김 대표는 여기 안주하지 않고 대표 스스로 특허를 만들어 준비 중”이라면서 “이 특허가 회사의 효자가 되어 수출 오천만불 이상의 성장을 일궈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