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로 처벌하라"…분노로 번진 '뒷광고' 후폭풍

입력 2020-08-11 17:31
수정 2020-08-12 09:25


유명 연예인이나 유튜버들의 '뒷광고'가 폭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유튜버가 쓰는 제품이나 따라 산다'며 믿었던 구독자 팬들은 "사기죄로 처벌하라"며 분노하고 있다.

뒷광고는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채널에서 협찬이나 광고라는 사실을 숨긴채 마치 자신이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물건처럼 홍보하는 행위를 말한다.



시작은 연예인이었다. 유명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은 '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 가운데 하나로 신발을 소개했는데 수천 만원의 광고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수 강민경도 유튜브에서 유료 광고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다수의 협찬품을 소개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양팡, 문복희, 보겸 등이 줄줄이 사과했다.



최근 4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보겸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안녕하세요 보겸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제가 말씀 안 드린 광고라고 표시하지 않은 광고 영상이 있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집행된 42개의 광고 중 명확히 광고로 알아보기 힘든 것은 명륜진사갈비, 치요남, 캐시 리플렛, 전국체전, BBQ 등 5개라고 밝혔다. 보겸은 "제가 한참 모자라고 부주의하기까지 했다"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영팡 역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평생 반성하면서 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7분짜리 영상을 올리고, 그간 올린 영상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양팡은 영상에서 "이전에 사과문과 영상을 통해 회사와 상의해 사죄의 마음을 담아 입장을 전달했으나 그것만으론 시청자분들의 실망에 대한 사죄와 반성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어 오롯이 저의 진정성 어린 마음을 담아 사과문을 작성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을 하면서 시청자들과 약속했던 항상 솔직하고 진실성 있게 다가가려 했던 저의 모습은 제 잘못된 행동들로 인해 신뢰까지 깨트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광고가 아니라는 거짓말도 했고 마치 급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처럼 연출해 혼란을 드렸다"고 전했다.

양팡은 지난 3월 스포츠 브랜드 P사 매장에 들러 우연히 본사 측의 배려로 385만원 어치의 제품을 무료로 선물받은 것처럼 영상을 올렸다. 최근 이 영상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의 뒷광고는 표시광고법이 금지하는 '기만 광고'에 해당한다.

지난해 공정위는 "경제적 대가를 받고 제품을 소개하는 경우 긍정적 경험담만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상업적 광고임을 알지 못한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시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 받는다"고 위법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뒷광고 혐의로 인플루언서를 제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표시광고법 제재 대상은 '사업자'나 '사업자단체'로 한정됐다.

공정위는 논란이 이어지자 다음 달 1일부터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의 원칙과 SNS 매체별 공개 방식을 규정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시행한다. 인플루언서가 경제적 대가를 받고 콘텐츠를 올릴 때는 "협찬을 받았다", "광고 글이다" 등의 문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인플루언서들의 사과에도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9일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는 '인플루언서(온라인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뒷광고 관련 법 제정 및 그에 따른 강력 처벌을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많은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마치 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처럼 제품을 홍보하는 이른바 '뒷광고'가 성행하고 있다"며 "뒷광고가 성행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처벌할 법적 기준이 아직까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방송 못지않게 막강하다고 생각한다. 광고의 법적 제재 및 해당 인플루언서의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내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가 직접 구입해 입어보거나 먹어본 콘텐츠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경기도 광명에 사는 심씨(56세)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은 인지도 있는 사람이니까 신뢰했는데 이번 사태를 보고 배신감이 들었다"며 "그 사람이 홍보하는 플랫도 사려고 했는데 구매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31세 직장인 이씨 역시 "앞광고를 하면 사람들이 '협찬받은 거구나' 하고 분별력 있게 영상을 볼텐데 뒷광고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가 사서 내가 써본 거라고 하면 분별력 없이 믿고 따라서 사게 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기만이다"고 말했다.

서울시 성동구에 사는 권씨(32세)는 "뒷광고로 금전적인 이익을 얻었으니 이거 자체가 사기로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며 처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런 '뒷광고'가 성행하는 것은 입소문으로 판매 실적을 올리는 '바이럴 마케팅'의 영향력 때문이다. 다수의 구독자를 확보한 인플루언서들이 제품의 품질, 디자인, 기능 등을 보증한다면 믿고 이용하는 게 심리를 이용했다. 유튜버 입장에서도 만약 '광고'라는 점을 계속 밝힐 경우 '광고만 하는 유튜버'란 이미지가 생겨 구독자가 줄어드는 역효과도 생길 수 있다는 인식이 크다.

실제 지난해 10·11월 한국소비자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위 60개 인플루언서 계정의 광고 게시글 582건 중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고 밝힌 글은 29.9%(174건)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과거 '파워 블로그' 협찬 사태를 되새겨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통한 마케팅이 활발했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고, 그 논란이 가장 영향력 있는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대중이 신뢰를 잃으면 관심 역시 급격히 식었던 만큼, 일부에서는 이번 뒷광고 논란으로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한 비즈니스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