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년간 '침체 없는 경제성장'을 누려온 호주는 코로나19 대유행에 올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해 경기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외국에 거주하는 국적자나 영주권자의 귀국만을 허용해 내년 6월까지인 2021년 회계연도 내 순이민자는 3만6천명에 그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3만6천명은 지난 6월 30일까지였던 2020년 회계연도 순이민자 전망치 16만8천명의 21%, 2019년 회계연도 순이민자 23만9천600명의 15% 수준이다.
모리슨 총리가 밝힌 대로 순 이민자 수가 줄면 2021년 회계연도 호주 인구성장률은 0.7%로 1917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호주의 인구는 약 2천550만명으로 2019년 인구성장률은 1.4%였다. 호주 이민자 수가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이다.
호주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지난 2월 중국의 입국을 제한한 데 이어 3월 20일 입국제한 대상을 모든 외국인으로 확대했다.
문제는 호주가 경제성장의 상당 부분을 이민에 의존해왔다는 점이다.
그간 호주는 이민을 받아들여 노동인구를 늘려왔다. 호주 인구증가의 60%는 이민에 따른 것으로 '이민자의 나라'로 꼽히는 미국보다 비중이 높다.
이민자 증가는 학교나 병원 등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일으키고 집값상승을 이끌어 자산가치 상승효과를 부르기도 했다.
또 호주 이민자 가운데 약 60%를 차지하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간 200억 달러(한화 약 23조 원) 규모의 유학 산업은 호주의 4번째로 큰 수출산업이다.
톰 케네디 호주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유학생 감소가 경제에 끼친 악영향은 학기가 종료된 뒤에 더 심해질 수 있다"면서 "학업을 마친 유학생들이 호주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경제분석가는 내년 호주 집값이 수요감소에 따라 10~20% 하락해 소비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뱅크(NAB)는 인구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주택 수요가 19만 채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민자 때문에 멜버른과 시드니 교외에 불었던 '아파트붐'이 사그라지면 건설경기가 침체할 수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국경 통제가 지속하면 호주의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 깎일 것으로 예상했다.
케네디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회계연도에 이민이 호주 GDP 성장률에 기여하는 수준은 0.5%포인트로 지난 5년 평균 1%포인트보다 낮을 것"이라면서 "의미를 부여 할만한 하락 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