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유골함 복구 못한다”…광주 침수유골 재화장 비상

입력 2020-08-10 22:16


집중 호우로 침수 피해를 본 광주 납골당의 유골을 신속히 재화장하는 데에 비상이 걸렸다.

침수된 유골의 재화장 절차가 지연되면 곰팡이가 피는 등 훼손을 우려한 유가족이 신속한 재화장을 우선 진행하고 향후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10일 광주시와 광주 북구에 따르면 이날까지 1천650여기 침수 피해 유골함 중 270여기를 제외한 유골함을 유가족이 되찾아갔다.

270여기 미수습 유골함은 유가족이 해외에 있는 등 이유로 납골당에 도착하지 못했거나 무연고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유골이 물에 젖어 곰팡이 등 훼손이 우려돼 일단 신속히 재화장하고, 유가족과 논의해 보관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제한된 화장장 처리 용량과 재화장 대상 유골함이 많아 처리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골 훼손을 우려한 일부 유가족은 사비를 들여 사설 건조 업체에 유골 건조를 맡기거나, 자택에서 유골을 말리기도 하는 사례도 있다.

광주시와 북구는 재화장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광주 영락공원과 곡성지역의 화장로를 사용하도록 한 데에 이어, 전남과 전북의 다른 화장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광주시는 개장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화장장 측에 대상 명단을 통보하고, 유골함과 신분증만으로도 재화장을 할 수 있게 조치했다.

유골함은 고정된 유리문이 파손되지 않아 침수 사고에도 유골함은 유실 없이 제자리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골함 재질이나 봉인 방식에 따라 물이 유입돼 유골이 유실된 것도 있다고 지자체 관계자는 전했다.

일부 피해 유가족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납골당 측에 대한 조사를 촉구해 2만5천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아버지를 해당 납골당에 모신 유가족은 "이른 아침부터 물이 차올라 유골함이 유실되고 복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될 때까지 추모관(납골당) 측의 안내나 고지가 없었다"며 "납골당 측의 은폐 정황도 있어 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유가족 측은 우선 시급한 재화장 절차를 마무리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CCTV 등을 제출받아 진상 조사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한편 영산강 둔치에 자리한 이 납골당에서는 지난 8일 폭우로 지하층 전체가 빗물과 불어난 강물에 잠기는 사고가 났다.

납골당 침수 소식 듣고 모여든 유가족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