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때문에 산사태 많아졌다?…상관관계 따져보니

입력 2020-08-10 17:33
산지태양광 1만 2,721곳 중 산사태 발생은 12곳
"산사태 가능성 배제 못해"…점검 필요성 제기
산업부 "산지 태양광 자체를 줄이겠다"


장마 기간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전국에 산사태가 이어지자 야권을 중심으로 '산지 태양광 책임론'이 제기된다.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은 태양광 발전 시설의 난개발을 둘러싼 특위, 나아가 국정조사까지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태양광을 비롯한 에너지 관련 특위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의 특위를 논의했다"라고 밝히면서 일부 공감대를 형성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현재 산림청은 제주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산지에 산사태 위기 경보로 가장 높은 '심각' 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실제로 산림청 산사태 예방 지원 본부에 따르면 8월 발생한 산사태는 모두 667건. 제5호 태풍 장미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추가적인 발생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 전체 산지 태양광의 0.1%…"상관관계 부족"

결론부터 말하자면 산지 태양광과 산사태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는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태양광 발전 시설은 1만 2,721곳 중 12곳이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의 0.1%, 전체 산사태 발생지역의 1% 수준이다.

통계적으로도 산지 태양광과 산사태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산림청의 신규 산지 태양광 시설 증가량·산사태 발생 면적 비교에 따르면, 둘의 상관관계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2018년의 경우, 신규 산지 태양광 시설 증가량은 전년대비 약 70%가 늘었지만(1,435ha→2,443ha) 산사태 면적은 40%가 줄었다.(94ha→56ha). 산지 태양광 522ha가 늘어난 2015년의 경우엔 산사태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실제 태양광 시설 운영자는 "각도가 가파른 곳에서는 (패널 설치) 허가도 나지 않는다"면서 "산사태와 태양광을 연결하려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 "'날림 공사' 위험…산사태 취약 가능성"

전문가들은 "어쨌든 경사진 곳에 설치가 됐다면 산사태 위험 지구로 봐야 한다"라고 경고한다. 별도의 배수로나 강한 축벽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지 태양광 설치를 위해 벌목과 자연 훼손이 이루어지는 만큼, 산사태에 취약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산지 태양광을 설치하며 베어낸 나무만 총 232만 7,495그루(자료:산림청)에 달한다.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지 태양광 설비와 산사태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라며 "야산 전체의 안정성을 따지는 '사면 안정성 검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장마를 앞둔 지난 5월부터 설치 5년에서 10년이 지난 노후 산지 태양광 설비 1,200여 곳을 안전 점검 중이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계속되는 집중호우로 정확한 피해 규모가 집계되지 않았다"라며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라고 말했다.



● "산지 태양광 줄인다…안전 관리 개선·강화"

정부도 긴급 점검에 나섰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10일 직접 산지 태양광 발전소를 찾아가 운영상황을 점검했다. 성 장관이 방문한 산지 발전소는 발전설비가 일부 유실되고 옹벽 등이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태양광 발전 시설의 운영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집중호우 종료까지 산림청 등과 함께 비상대책반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12건의 산사태로 향후 산지 태양광 확산세도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이미 2018년 말부터 산림 훼손 방지를 목적으로 산지 태양광 규제를 강화해왔다. 산지 태양광 REC 가중치를 축소('18.9)해 20년간 발전 시설로 사용한 뒤 시설 부지를 다시 기존 임목 상태로 돌려놔야 하는 규정이 마련됐다. 또 25도에서 15도로 경사 허가기준 강화('18.12), 태양광 산지 일시사용허가 제도 도입('18.12) 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에 따라 2019년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 신규 허가 면적은 1,024ha로 2018년 2,443ha에 비해 58% 줄었다. 허가 건수도 62%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유사 상황 발생에 대비해 산림청 및 전문가 등과 협의해 산지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설비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