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 소떼, 마침내 땅으로…긴박했던 황소 구조작전

입력 2020-08-10 14:02
수정 2020-08-10 14:21


물속에서 하루 동안 발버둥 치며 살아남은 소는 지붕 위에서 다시 꼬박 하루를 보내고 나서야 땅을 밟았다.

폭우로 물에 잠겼던 전남 구례군 구례읍 한 마을 주택에서는 10일 119구조대와 기중기를 투입한 '황소 구조 작전'이 전개됐다.

찌그러지고 패인 지붕 위에 홀로 고립된 소는 진정제가 담긴 화살촉이 엉덩이로 날아와 꽂히자 격한 몸부림으로 지난 이틀간 몸에 새겨진 공포를 표출했다.

물이 빠지는 동안 땅으로 내려오지 못한 소는 전날까지만 해도 4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남은 1마리는 지붕이 꺼지면서 하나씩 바닥으로 떨어져 나간 다른 소들을 지켜보며 긴긴밤을 지새웠다.

운이 좋게 방바닥과 마루로 떨어진 2마리의 소는 다리를 심하게 다치긴 했어도 살아남았지만, 폭우에 휩쓸린 잔해더미 위에 추락한 소는 그 자리에서 눈을 감았다.

구조대는 홀로 지붕 위에 남은 소가 진정제를 맞고 주저앉자 사다리를 타거나 기중기 고리에 몸을 묶어 주택 앞뒤에서 지붕 위로 올랐다.

기중기 고리에 걸 줄을 묶으려는 동안 소가 남은 힘을 짜내며 경계심을 드러내자 지루한 버티기가 시작됐다.

구조대는 지붕 뼈대를 딛고 서서 소의 기운이 빠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목과 뿔에 줄을 걸어 더는 저항하지 못하도록 건물 철골에 묶어 맸다.

선임급 대원이 재빨리 소 등에 올라타 무게가 고루 분산되도록 목, 앞다리, 뒷다리에 굵은 밧줄을 걸었다.

비좁은 지붕 위에서 소가 도망 다니는 동안 자리를 옮긴 기중기는 전깃줄 사이로 붐대를 뻗어 수백㎏의 무게를 끌어올릴 준비를 마쳤다.



엉덩이에 첫 번째 진정제 화살을 맞고 1시간 20분을 버틴 소는 마침내 기중기에 끌어 올려져 지붕 위에서 네 발을 뗐다.

허공에서 밧줄 일부가 풀리면서 소는 땅으로 추락할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집 뒷마당에 곧장 안착했다.

구례 전역을 돌며 가축을 살펴보는 봉사활동에 나선 한 수의사는 이번 수해에서 살아남은 소들이 남은 생도 건강하게 보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혀를 끌끌 찼다.

불어난 강물과 빗물을 들이켜 폐렴 증세를 보이는 소들에 해열제 주사를 놔주고 있지만, 더는 손쓸 방법이 없다며 수의사는 탄식했다.

구례군 관계자는 "살아남은 소를 돌보는 일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죽은 소들의 사체를 거두는 일에도 많은 일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붕 위 소떼 구조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