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지만, 환경파괴나 세계화 흐름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면 언제든 또 다른 팬데믹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천만명을 넘어 주요국의 보건과 경제가 망가지는 형국에서 울리는 심각한 경종이다.
코로나19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박쥐로부터 유래한 이번 세기 3번째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10일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들 질병의 창궐 원인이 외딴곳에 살던 동물을 자꾸 건드리면서 과거보다 더 멀리 돌아다니는 현재 인간들의 행태에 있다고 본다.
자연에 대한 무차별적 접근 때문에 동물 체내에 오래 전부터 존재하던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가 인수공통 감염병으로 튀어나오고 세계화에 따른 광범위한 이동 때문에 해당 질병이 지구 곳곳에 옮아붙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를 되돌릴 수 없다면 코로나19와 같은 유행병이 정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더불어 커진다고 경고한다.
하버드대 기후·보건·환경센터의 에런 번스타인 박사는 "코로나19 대유행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그 전부터 우리는 신종 감염병의 3분의 2가 야생동물의 병원균이 인간에게 옮아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친 삼림 벌채와 야생동물 거래가 동물원성 병원균이 옮겨지는 주요 경로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야생동물 보호 자선단체인 에코헬스 얼라이언스의 조너선 엡스타인 부회장도 삼림 파괴가 "신종 감염병의 가장 유효한 단일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까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던 지역까지 벌채가 이뤄지면서 질병을 옮기는 야생동물과의 접촉 빈도도 늘었다고 말했다.
미 야생동물 보존협회의 조 윌스턴 역시 과거보다 동물원성 전염병이 발병하는 간격이 더 짧아지고 있다면서 식품이나 모피, 의약품용 동물 거래 문제를 지적했다.
삼림 파괴와 야생동물 거래가 전염력이 강한 괴질이 갑자기 나타나는 원인이라면, 세계화는 이러한 감염병을 전 세계로 확산시킨 주범이다.
번스타인 박사는 50년 전만 해도 코로나19가 지금처럼 세계로 번지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도시화를 되돌리는 건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팬데믹의 도래를 막기 위해서는 삼림파괴와 야생동물 거래 규제, 공중보건시설 확충과 촘촘한 질병감시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실을 볼 때 이 같은 제안은 아직 거리가 먼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때문에 국경통제와 검역을 강화하고 보건 인프라 확충 방안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삼림 파괴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자연기금(WWF) 독일 지부와 삼림파괴 감시 단체인 GLAD의 집계에 따르면 팬데믹 사태가 시작된 지난 4월 이후 전 세계에서 훼손된 삼림 면적이 2017~2019년 대비 7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브라질의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 면적만큼의 삼림이 사라졌다.
WWF의 마이크 배럿은 "(코로나19 여파로) 지역경제가 붕괴한 일부 지역의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주변의 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삼림 훼손이 가속화된 배경을 설명했다.
배럿은 해당 지역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삼림을 파괴하려는 악의적인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