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의암호 실종자 가족 "사건 당일, 지시받고 일 나가"

입력 2020-08-09 12:04
수정 2020-08-09 13:55
"부유물 수거 작업 지원하라고 시켰다"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로 실종된 기간제 근로자의 가족이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하루도 쉼 없이 일했고, 선박 전복 사고 당일에도 분명히 누군가 수초섬 고정작업 지원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9일 실종된 기간제 근로자 권모(57)씨의 가족에 따르면 권씨는 7월 초 업무를 시작한 이후 주말을 제외한 날마다 의암호 일대 부유물을 수거하는 일을 했다.

세찬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지난달 31일 이후에도 권씨는 쉬는 날이 없었다.

아내가 사고 전날 "작업이 위험하지 않으냐"고 묻자 "나도 위험하다"고 답할 정도로 사고 위험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으나 권씨는 다음날도 의암호로 향했다.

권씨의 아내는 "최근 들어 남편이 부유량이 많아져서 힘들다고 했다. 허리도 아픈데 나가는 남편을 보면서 걱정은 됐으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속상해했다.

권씨는 수영도 할 줄 모르고, 재난구조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고 가족들은 설명했다.

권씨의 여동생은 "오빠는 물에 대한 전문성이 없었다. 가족을 위한 마음으로 일했던 건데 춘천시는 악천후 속에서도 부유물을 제거하라고 월·화·수 내리 일을 시키고, 사고 당일에도 수초섬이 떠내려가니 그 작업을 지원하라고 시켰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사고 전날 수초섬 고정 지원 작업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라고도 했다.



권씨 가족은 "상식적으로 6개월 단기 계약직 근로자가 함부로 배를 띄우겠느냐"며 "일을 시작한 뒤로 하루도 빠짐없이 일을 나갔고, 마지막 날에는 수초섬 고정 작업을 지원하다 변을 당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춘천시에 권씨 등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작업관리일지를 요청했으나, 춘천시 관계자는 정보공개청구가 원칙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그래도 궁금하다면 열람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설명했다.

권씨의 가족은 "민간 업체 직원은 화요일부터 미리 와서 상주하며 수초섬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며 "업체 직원에게도, 실종된 시청 주무관에게도,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작업 지시가 있었다"고 확신했다.

이들은 기간제 근로자들이 탄 행정선(환경감시선) 규모가 악천후 속에서 작업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작은 점도 지적했다.

권씨의 여동생은 "당시 사고에 휘말리지 않은 또 다른 행정선은 훨씬 단단하고 마력도 높아 보였다"며 "오빠가 탔던 작은 배로는 평소 부유물 수거 작업조차도 무리인 규모"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용도에 따라 행정선마다 규모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일 오전 11시 34분께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인공 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선 민간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환경감시선,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됐다.

이 사고로 7명이 실종돼 이날 현재까지 1명이 구조되고 3명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3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춘천 의암호 실종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