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이어진 가운데 제5호 태풍 '장미'가 북상하고 있어 피해 복구와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전날 최대 45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지며 비 피해가 잇따른 경남에서는 9일 오전 4시께 창녕군 이방면 장천리 구학마을과 죽전마을 등 2개 마을이 물에 잠겼다.
마을이 침수되면서 2개 마을 주민 156명이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했고, 장천리 우산·곡척·우미마을과 인근 송곡리, 거남리 주민도 대피 준비를 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을 보트로 구조하는 한편 이 마을로 통하는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창녕지역 마을 침수는 장천배수펌프장 배수문 고장으로 인한 배수 불량과 낙동강 제방 20∼30m가 유실되면서 발생했다.
경남은 이날 비가 소강상태를 접어들었음에도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전날 거창군 주상면 한 야산에서 토사가 무너져 80대가 매몰돼 숨지고 밀양시 산내면 순마교 인근 하천에서 배수로 이물질을 제거하던 50대가 실종됐다.
특히 침수피해가 큰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는 아직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 출입통제가 계속되고 있다
화개장터 일대는 상가 등 208동이 침수되고 130여명이 대피한 상태다.
전날 하동군 화개면 등 일부 지역에 최대 450㎜의 폭우가 쏟아졌으나 9일에는 평균 1∼2㎜ 정도의 비만 내려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충남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효중인 가운데 금산에서는 용담댐이 초당 3천200t의 물이 방류되면서 부리면과 제원면의 하천 제방이 무너졌다. 이로 인해 93세대 주민 248명이 마을회관이나 초등학교로 대피했다.
하천 수위가 조금씩 낮아지고는 있지만, 이날 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무너진 제방 복구는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이다. 금산읍, 금성면, 군북면, 추부면, 진산면, 복수면 지역에는 수돗물 공급도 끊겼다.
충북에서는 지난 8일 금강 상류의 용담댐이 방류량 확대 등이 겹치면서 영동군의 일부 지방도로와 농로, 교량이 침수되면서 교통이 통제됐고, 한국 전력 설비가 침수돼 양산면 송호리·봉곡리, 양강면 구강리·두평리 지역 전기가 끊기기도 했다.
9일 현재 5천820개 농가의 농경지 2천634㏊가 침수, 낙과 등의 피해가 났고, 주택 659채도 파손되거나 침수됐다.
광주·전남 지역은 전날까지 쏟아진 폭우가 밤새 소강상태를 보였다.
지난 7일부터 내린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로 광주 412명, 전남 2천42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5천793㏊ 농경지, 7만㎡의 축사, 237개의 도로 등 공공시설, 556개의 주택 등 사유시설이 각각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섬진강이나 영산강 등 강 유역 침수지는 수위가 쉽사리 내려가지 않으면서 침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활주로 일부가 침수돼 안전을 위해 이착륙이 중단된 광주 공항은 이날 오전부터 항공기 운항을 재개했다.
전북 남원에서는 지난 8일 금지면 귀석리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이 무너져 일부 주민이 구조되고, 인근 300여명은 붕괴 전 긴급 대피했다.
금지면 4개 마을 주민 300여명은 이날 오전 섬진강 수위가 높아지자 피난시설인 금지면사무소 옆 문화누리센터에 긴급 대피했다.
제방 붕괴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변 농경지와 마을 70여 가구가 침수했다.
무너진 섬진강 제방 틈새를 뚫고 나온 물이 남원 시내의 요천까지 밀고 들어와 소방당국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25명을 구조했다.
소방당국은 도심에 물이 빠지면 펌프차 등 장비를 동원해 배수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북 김천에서는 산사태 위험으로 주민 33명(17가구)이 주민센터, 경로당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고령에서는 주택 침수와 침수 우려로 주민 3명이 마을회관으로 몸을 피했다.
김천 교동교 하부도로 등 5개 시·군 도로와 주차장 등 22곳 이용도 통제됐다.
이번 비로 경북 지역 농경지 145.74㏊가 매몰된 것으로 집계됐다.
74곳에서 소규모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응급복구는 완료된 상태다.
경기와 강원, 인천, 부산에서는 비가 잠시 그쳐 피해 복구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태풍 '장미'가 10일 북상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부산시 재난관리실 관계자는 "폭우 피해 현장을 미처 복구도 못한 상태에서 태풍이 북상할 경우 산사태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며 "막막한 상황이지만 피해 예방에전 행정력을 동원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5호 태풍 장미 북상, 예상 이동경로 (사진=연합뉴스, 기상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