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 기간 집중호우로 모두 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아직 태풍도 오지 않았는데 작년 한 해 풍수해 인명피해 17명(잠정)을 훌쩍 뛰어넘었다. 2011년 호우와 태풍으로 78명이 사망·실종된 이후 9년 만에 최악의 물난리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중부지방에서 장마가 시작된 이후 47일째인 이날 현재까지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38명, 실종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
7월 13일 경남 함양에서 배수로 작업을 하던 남성 2명이 목숨을 잃은 것을 시작으로 같은 달 23∼25일에는 부산 지하차도 침수로 숨진 3명을 비롯해 울산·김포 등에서 모두 5명이 사망했다.
7월 30일에는 대전에서 통제된 지하차도를 지나던 행인 1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이어 이달 1일부터 수도권과 충청, 전남 지역에 연달아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30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다.
현재까지 잠정 집계된 올해 호우 인명피해 50명은 2011년 이후 가장 많다. 2011년은 중부권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났던 해로, 한 해 동안 호우로 77명, 태풍으로 1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이후 호우 인명피해(태풍 제외)는 2012년 2명, 2013년 4명, 2014년 2명, 2015년 0명, 2016년 1명, 2017년 7명, 2018년 2명, 2019년 1명(잠정) 등 한 자릿수를 유지해왔는데 올해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어나게 됐다.
호우 피해가 커진 데에는 올해 장마가 유례없이 길어진 영향이 크다.
중부지방의 경우 역대 장마가 가장 길었던 해는 2013년의 49일이고,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는 1987년 8월 10일이다. 올해는 6월 24일 이후 47일째 장마가 계속되면서 장마 기간과 종료 시기 모두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특히 8월 1일 이후 중부와 수도권, 남부 등을 번갈아 가며 쉴 새 없이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약해진 지반이 버티지 못하고 잇따라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인명피해를 키웠다.
행안부 관계자는 "예년 장마 때는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동안 땅이 굳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거의 쉬지 않고 내리면서 지반이 계속 약해졌다"며 "이 때문에 급경사지는 물론 얕은 야산에서도 토사가 쓸려내려 주택을 덮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예측하기 어려운 게릴라성 폭우가 이어진 가운데 풍수해 위기경보와 중대본 대처 단계 격상 등 정부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월 말부터 호우특보에 따라 간헐적으로 중대본 비상 1∼2단계로 대처해온 정부는 이달 1일 오전 다시 1단계를 가동했고 2일 오후 대응 수위를 최고 수위인 3단계로 높였다.
주의-경계-심각 순으로 올라가는 풍수해 위기경보 '심각'이 발령된 것은 그보다 늦은 3일 오후였다. 이미 1일 이후 사망·실종자가 17명이 나오고 800명 이상 이재민이 발생한 시점이었다.
문제는 태풍으로 풍수해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3시 일본 오키나와 남쪽 해상에서 제5호 태풍 '장미'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예상 경로대로 북상해 10일 오후 경남 해안에 상륙하면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첫 태풍이 된다.
태풍의 개수와 위력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이전 사례를 보면 태풍은 장맛비보다 큰 피해를 몰고 온 적이 많았다.
태풍 '곤파스'가 상륙했던 2010년에는 7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볼라벤'이 강타한 2012년에는 14명, 2016년 '차바' 때는 6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한해에 태풍 7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쳐 역대 최다 '타이기록'을 냈던 작년에는 16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5호 태풍 장미 북상, 예상 이동경로 (사진=연합뉴스, 기상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