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잇따라 최악의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화물 부문의 활약으로 흑자를 냈다. 글로벌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흑자를 낸 항공사는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바닥을 쳐 매출은 반토막됐지만, 화물 사업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화물 사업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와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역발상 경영’을 주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 매출 44% 급감했지만 영업익 ‘흑자전환’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6909억 원, 영업이익 1485억 원을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3조201억 원) 동기 대비 4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휴직, 임금반납 등으로 인건비를 줄여 영업비용을 작년의 절반 수준인 1조5,425억 원으로 낮춘 데다, 유휴 여객기를 화물수송기로 활용(가동률 22% 증가)하며 수익 극대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화물부문 매출은 1년 전(6,299억 원)과 비교해 배에 달하는 1조2,259억 원을 기록했다. 역성장에 머물러 있는 경쟁사와 비교하면 대한항공의 ‘나홀로’ 성장세는 눈에 띈다. 대한항공과 유사한 노선과 화물기단을 운영 중인 캐세이퍼시픽의 올해 상반기 화물운송 실적은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28%, 루프트한자는 35%까지 하락했다. 여객기 하부 화물칸을 이용하는 벨리(Belly) 수송이 어려워지자 여객기 위주로 운항하는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영국항공의 지난 5~6월 화물 수송실적은 전년대비 30~45%까지 떨어졌다.
▲ 여객기를 화물기로…조원태 ‘역발상’ 통했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속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고공행진에는 조 회장의 화물시장 대응 전략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경영전략본부장과 화물사업본부장 등 요직을 거친 조 회장은 지난 2010년대 장기 침체와 과다 경쟁으로 신음하던 항공화물 시장 환경에도 최신 고효율 화물기단 구축에 매진했다.
지난 2015년 최대 30대까지 운영하던 화물기를 절반 가까이 줄이려고 했을 때에도 당시 조원태 총괄부사장은 반등 기회가 올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유지된 23대 규모 대형 화물기단은 코로나19 사태로 공급이 부족해진 항공화물 시장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역발상 전략도 조원태 회장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휴 여객기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공급선을 다양화하면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방안 검토를 추진한 것.
▲ 여객 매출 92%↓..문제는 여객수요 회복 지연
화물 사업이 특수를 누린 것과 달리 여객 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다. 여객 사업 매출은 2039억원으로 전년 대비 92.2% 급감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국제선 111개 중 29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국내선은 17개 중 4개 노선에만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문제는 하반기다. 통상 업계의 성수기인 3분기에도 여전히 국제선 운항률이 20%대에 그치고 위축된 여객 수요조차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27억 원이다. 1년 전 보이콧 재팬으로 어려움을 겪을 당시(964억 원)와 비교해도 약 66% 감소한 수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안전한 항공여행을 위한 방역 노력을 지속하며 여객수요를 개선하는 동시에, 고효율 대형 화물기의 장점을 살려 방역물품과 전자 상거래 물량, 반도체 장비, 자동차 부품 등을 적극 유치해 수익 극대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