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출석이나 기자회견 등 공개 소통을 장기간 외면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9일 만에 정식 회견을 열었지만 약 16분 만에 서둘러 끝내 뒷말을 낳고 있다.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 75주년 위령 행사 참석차 히로시마시를 방문한 아베 총리는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회견에서는 최근 급격하게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대책이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관련한 일본의 안보 정책 등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앞서 코로나19 긴급사태가 선언돼 있던 기간에는 한 달에 2∼3차례 회견했던 아베 총리가 정기 국회 폐회를 계기로 6월 18일 기자회견 한 것을 끝으로 2개월 가까이 공식 회견을 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응한 것이라서 이목을 끌었다.
사회자는 회견 시작 전부터 기자 한명이 질문을 2개만 할 수 있고 질문한 기자가 총리 답변에 추가 질문을 하면 질문을 2개 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등 까다로운 규칙을 들이댔다.
또 회견이 너무 짧다는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졌으나 아베 총리는 계기가 있을 때 또 회견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하고 인사한 후 서둘러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아베 총리의 메시지는 별로 새롭지 않았다. 또 질문의 핵심과 상관없이 미리 준비한 내용을 참고해 적당히 답변한 듯한 인상을 줬다.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취소를 계기로 집권 자민당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등과 관련한 제언을 4일 제출한 것에 관한 질문에 아베 총리는 "억지력을 향상해서 확실하게 국민을 지켜낸다는 생각을 토대로 새로운 방향을 내세우고 신속하게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제언을 받은 4일 총리관저 로비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의 취재에 약 4분 정도 응하면서 설명한 것과 사실상 같은 답변이었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여유 병상 수와 중증 환자 수 등 의료 태세에 비춰보면 "즉시 긴급사태를 선언할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고 의료 현장의 실태에 맞게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내 여행을 장려하는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정책에 관해서는 "감염 방지책을 실시하면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 스타일을 보급·정착시키고 싶다"고 반응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여행 장려가 적절한지에 관해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인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고민이 충분했는지 의문을 느낄만한 답변이었다.
8월 초·중순 연휴를 이용한 고향 방문에 관해서는 "기본적인 감염 방지책을 철저히 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고령자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 좋겠다"고 당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8월 초·중순 연휴에 귀성을 자제해야 하는지 각료들이 엇갈리는 메시지를 발표해 혼선을 일으킨 상황에서 모범 답안 같은 모호한 답을 내놓을 셈이다.
통상 9월 전후에 실시됐던 개각이나 자민당 인사에 관해서는 "정부가 다 나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으며 인사 이야기는 나중"이라고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