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 갇혀 "살려달라"…부산 지하차도는 생지옥이었다

입력 2020-07-24 13:24
수정 2020-07-24 13:45
역대급 장맛비에 진입차량 10여분에 참사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차량진입 불과 10여분에 빚어진 참사였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뒤 부산 모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A씨는 "미처 대피할 겨를도 없이 모든 게 순식간에 벌어졌다"고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30분께 차량 7대 가량이 부산역 인근 제1지하차도로 여느 때와 같이 차례로 진입했다.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물이 바퀴의 3분의 2 정도밖에 차오르지 않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지하차도에 진입할 당시 아무런 경고 문구나 주의 안내도 없었다.

A씨는 "모든 차량이 각자 앞차를 따라 자연스레 진입했고, 안내 표지판도 없었기 때문에 걱정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하차도에서 중간쯤 들어왔을 때 갑자기 차량이 하나둘씩 멈추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사고 등 이유로 잠시 밀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멈춰 기다렸다.

하지만 정차한 지 3∼4분이 지나자 차 양 옆에서 갑자기 빗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물은 쉴 새 없이 차올라 차량 유리창 밑까지 치솟았고, 사람이 있는 차량 내부로도 유입되기 시작했다.

곧이어 침수된 몇몇 차량이 '붕' 떠오르더니 하나둘씩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공포에 떠는 운전자들은 문을 열고 창문을 깨려는 등 외부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지하차도에 들어선 지 10여분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생존자들은 당시 메신저 등을 가족에게 다급한 이 상황을 알리고 소방에 신고했다고 한다.

A씨는 "밖에서 물이 차오르니 압력 때문인지 차 문이 열리지 않아 너무 두려웠다"며 "성인 남자 3명이 간이의자로 창문을 두드려 깨고 나왔을 땐 이미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방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출입구 높이 3.5m인 지하차도에 2.5m까지 물이 들어찬 상태였다.

차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물 위에서 연신 손을 휘저으며 '살려달라'고 소리 질렀고, 또 어떤 이들은 차 지붕 위로 올라가 간신히 몸을 피했다.

차 안에서 갇힌 채 나오지 못한 이들은 창문을 계속 부수려는 등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상황이었다.

2m에 달하는 RV 차량 위에 올라가 겨우 목숨을 건졌던 또 다른 생존자도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그는 "간신히 헤엄쳐 차 위로 올라갔을 땐 나머지 승용차가 모두 물에 잠겨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구조되기 직전엔 차량 지붕에 올라섰는데도 허리까지 물이 차오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고가 발생한 지 2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도로 바깥에서 랜턴 불빛이 보이더니 몸에 밧줄을 동여맨 소방대원이 구조장비를 들고 하나둘씩 구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사고로 2명은 구조됐으나 병원에서 치료 중 숨졌고, 1명은 사고 5시간여 만에 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안정을 취하고 있다.

부산 지하차도 침수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