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 세법 개정안을 오늘(22일) 발표했다.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과 손실을 합산해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을 도입하고, 거래세는 인하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25일 발표한 초안과 비교해 보면 2,000만원이던 기본 공제액이 5,000만원으로 확대됐고, 거래세 인하 시기도 1년 앞당겨졌다. 초안과 비교해 대폭 수정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 기본공제액 확대에도 '이중과세' 논란 여전
먼저, 초안과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상장 주식에 대한 기본 공제액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공모 주식형 펀드에 대해서도 상장 주식과 동일하게 5,000만원까지 기본 공제하기로 했다. 정부는 5,000만원의 기본 공제를 적용하면 상위 2,5%, 약 15만명 정도만 과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균 10%의 수익률을 가정했을 때 5,000만원의 양도 차익이 발생하기 위해선 5억원의 투자 자금이 필요하고, 20%로 가정하더라도 약 2억5천만원의 자금을 투자해야 하므로 과세 대상이 단순한 소액투자자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이미 투자자들이 거래세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과세한다는 것은 명백한 이중과세"라며, "이번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기본 공제액이 5천만원으로 정해졌지만, 추후 공제 한도는 충분히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안 발표 당시 2,000만원이던 공제액이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식 시장 활성화 발언 이후 주말 새 5,000만원으로 급격히 확대됨에 따라 세수 공백이 불거질 수 있단 설명이다.
이어 오 학회장은 "투자 손실에 대해서 5년까지 이월 공제한다곤 하지만, 기한에 제한을 두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합리적인 과세 체계를 갖추기 위해 손실분에 대해서도 무기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거래세 '찔끔' 인하..."폐지 안한다"
정부는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를 내년 0.23%로 낮추고 2023년까지 0.15%로 인하하기로 했다. 거래세는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내는 세금이다. 투자 시 이익이나 손실 여부에 관계없이 무조건 내야 하기 때문에 주식 투자자들의 불만이 큰 항목이다. 정부는 초안 발표 당시 2022년부터 0.02%포인트를 낮추겠다고 했지만, 결국 1년 앞당겨 내년부터 조기 인하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가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거래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업계와 투자자들 입장에선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A투자자는 "거래세는 찔끔 인하하고 20% 이상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현재 공제액 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추후 투자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영진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부장은 "정부가 펀드도 기본 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업계의 입장을 반영해 대폭 수정하긴 했지만, 거래세 폐지에 대한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부장은 "일부에 불과하더라도 시장 참여자 중 양도세와 거래세를 이중 부과해야 하는 투자자들은 존재해 투자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