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하루에만 러시아 선원 확진자 19명이 발생했고 한 달 사이 39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부산 감천항에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지난달 선박 1척에서 18명의 확진자가 나온 적이 있지만 지금은 선박 여러 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어 검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한 달 사이 확진 선원이 나온 러시아 선박은 6척에 달한다.
부산국립검역소는 지난달 감천항에 입항했다가 영도 한 수리조선소로 옮긴 러시아 선적 원양어선 레귤호(REGUL·825t)에서 17명, 감천항 3부두 러시아 냉동운반선 K호(2천461t)에서 1명, 감천항 2부두 러시아 원양어선 M호(2천83t)에서 1명씩 총 1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고 16일 밝혔다.
검역소 측은 부산시 등과 협의해 레귤호 확진 선원 3명을 부산의료원으로 이송한 데 이어 추가 확진자 14명과 K·M호 확진자 2명도 부산의료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할 예정이다.
검역당국은 확진자가 나온 M호 62명, K호 14명에 대해서도 검체를 채취해 진단검사를 할 예정이어서 확진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검역당국은 확진자가 나온 배에 승선한 수리공과 항운노조원 수십명을 접촉자로 분류하는 등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레귤호는 지난달 감천항에 입항했다가 지난 7일 영도 한 수리조선소로 옮긴 뒤 3명 확진에 이어 추가 검사 이후 총 1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달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적 아이스스트림호와 아이스크리스탈호에서 19명이 대거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감천항은 항만이 부분 폐쇄됐다가 지난 1일부터 하역작업이 재개됐다.
하지만 2주도 안돼 지난 14일 1명, 이날 19명 등 20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지난 한 달새 러시아 선원 확진자는 39명으로 늘어났다.
동시다발적으로 감염자가 발생해 항만 관계자 사이에서 다시 감천항을 폐쇄하거나 러시아 선박만이라도 입항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동편, 서편, 중앙부두로 나눠져 있는 감천항 전체를 폐쇄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러시아 선박을 통해 수입하는 수산물이 많아 선박 입항금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크루즈는 관광목적이라 입항을 막을 수 있지만 원양어선 등은 국가 간 교역이라서 상당히 예민한 문제여서 관계기관이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확진자 74만여명으로 전세계 코로나19 4위인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선원 확진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감천항에 정박하는 선박의 하루 평균 1천여 명 선원 중 러시아 선원이 60∼80%를 차지하는 데다 현재 총 65척의 외국 선박 중 절반에 가까운 28척이 러시아 선박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러시아 현지에서 선원들이 출항할 때부터 검역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열 등 의심증상이 있는 러시아 선원의 감천항 유입이 계속될 가능성도 높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22일 부산 감천항에서 선원 집단 감염이 발생한 아이스스트림호 선장이 앞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선해 확진된 사실도 우리 정부에 통보해주지 않는 등 국제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감천항에 입항했다가 확진된 러시아 선원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감염병예방법과 해사노동협약 등 국제관례에 따라 전액 국비로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어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부산의료원에서 코로나 치료를 받고 퇴원한 러시아 선원은 19명에 이른다. 이들 한 명당 들어간 입원·치료비는 1천만원에 달한다.
항만 주변에서는 러시아 현지에서 의심 증상이 있는 선원들이 국내로 공짜 치료를 받으러 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도 나오는 실정이다.
한 항만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출항할 때 의심증상이 있는 선원은 승선을 배제하거나 코로나19 진단에서 음성이 나온 사람만 배에 태우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우리 정부가 러시아 선원의 진단검사는 물론 치료까지 해주는 '설거지'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감천항 상주기관 한 관계자는 "인도적 차원에서 러시아 선원을 치료해주는 우리 정부가 당당하게 러시아에 출항 전 철저한 선원 검역을 공식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