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시장 기쁨조 역할…샤워 후 속옷까지 챙겨"

입력 2020-07-16 21:01
수정 2020-07-16 21:20
박원순 고소인측 추가 폭로


고(故) 박원순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는 시장의 ‘기분’에 업무의 초점을 맞춘 비서실 사람들에게 의해 강요된 성희롱, 성차별적 업무를 수행했다고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가 16일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이날 공개한 피해자 상담에 바탕한 성희롱, 성차별적 업무 내용을 보면, 박 시장이 아니고도 비서실 내부 여성 비서들을 향한 성희롱, 성차별이 만연돼 있음이 전해졌다.

이날 A씨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박 시장이 운동 등을 하고 샤워를 할 때 여비서가 옷장에 있는 속옷을 챙겨줘야 했다고 폭로했다. 또, 샤워를 마친 박 시장이 그대로 속옷을 벗어두면 비서가 봉투에 담아 박 시장 집으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이 시장실 내 내실에서 낮잠을 자는 경우 깨우는 것도 비서의 몫이었다.

A씨측은 “일정을 수행하는 수행비서가 깨워 다음 일정으로 가면 효율적이나 여성 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으신다며 해당 일이 요구됐다”고 밝혔다.

A씨측에 따르면 A씨는 박 시장의 심기보좌를 하는 ‘기쁨조’ 역할도 요구받았다. 가령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 데 “평소 1시간 넘게 뛰는데 여성비서가 함께 뛰면 50분 안에 들어온다”며 주말 새벽에 여성 비서를 나오도록 요구했다. 결재 받을 때에는 비서에게 “시장님 기분 어때요? 기분 좋게 보고 하게...”라며 심기를 살피도록 사전에 요구받았으며, 결재를 받은 뒤에는 “기분 좋게 결재 받았다”고 인사했다.

시장실을 찾는 내외빈도 성희롱을 서슴치 않았다. 결재를 받으러 오는 이들은 비서를 위아래로 훑어보거나, 시장실을 방문한 국회의원 등은 “여기 비서는 얼굴로 뽑나봐” 등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

지원단체에 따르면 피해자는 2016년 1월부터 매 반기별 인사이동을 요청했다.

이는 조직문화 변화를 위해 승진을 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원칙을 천명한 박 시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그럼에도 “관계자들이 ‘그런 걸 누가 만들었냐’, ‘비서실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피해자의 요청을 만류하거나 불승인했다”고 지원단체는 밝혔다.

아울러 지원단체는 경찰에게 서울시청 6층에 있는 수사자료를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또 서울시, 더불어민주당, 여성가족부에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호칭하는 이중적 태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김재련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을 고소한 피해자를 대리해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등에 진상규명을 요구한 바 있다.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