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애도의 시간…역사적 평가는 이후에" 故박원순 시장 영결식 진행

입력 2020-07-13 11:38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13일 오전 8시 30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영결식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고려해 유족과 시·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서울시 간부, 시민사회 대표자 등 100여명의 제한된 인원만 참석하고,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20년 터울의 늙은 선배가 장례위원장 노릇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이렇게 갑작스레 떠나시니 비통함을 넘어 솔직히 어이가 없다"며 추모의 말을 시작했다.

그는 "'지금은 애도의 시간"이라며 "애도가 성찰을 배제하진 않지만, 성찰은 무엇보다 자기성찰로 시작한다. 박원순이란 타인에 대한 종합적 탐구나 공인으로서의 행적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애도가 끝난 뒤에나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또 "애도에 수반되는 성찰과 자기비판이 당신이 빛나게 기여한 우리 사회의 엄청난 변화와 진전을 망각하게 만든다면 이는 당신을 애도하는 바른 길이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추모에 나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제 친구 박원순은 저와 함께 40년을 같이 살아왔다"며 "하루 전날 부동산대책을 이야기 했는데, 여기에 제가 장례위원장으로 있다는 것이 전혀 실감이 나지가 않는다. 애석하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학창시절과 인권변호사,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고인과의 일화를 전하며 "서울시민의 친구이자 소탈한 옆집 아저씨처럼 시민을 위해 열정 바쳐 일해왔다"고 돌이켰다.

마지막으로 "그토록 애정을 쏟았던 서울시정이 훼손되지 않도록 잘 챙기도록 옆에서 돕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 서정협 행정1부시장은 "이제부터 서울시는 이전에 가지 못한 길을 가야한다"며 "우리에게는 시대를 앞서간 고인의 철학과 가치가 이정표로 남아있고, 사람 존중 도시라는 대전제 아래 서울시는 앞으로 계속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9년간 시장의 첫마디는 늘 '시민 덕분입니다'였다"며 "마지막 요청사항 차질없이 수행하겠다"고 했다.

유족대표로 인사에 나선 박원순 시장의 딸 박다인씨는 "아버지에게 시민과 시민의 삶은 꼭 지켜내야만 하는 것이었다"며 "서울특별시장 박원순은 더는 없지만 그 자리에 시민 여러분이 있다. 서울시민이 꿈꾸던 행복한 서울, 안전한 서울, 이제 여러분이 시장으로서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결식을 마친 후 박 시장 장례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했다.

고인의 시신은 서울 추모공원에서 화장한 후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