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10 대책'에서 다주택자의 절세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온 주택 임대사업 등록제도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지만 아파트 외 다른 주택은 남겨두기로 해 '반쪽 개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7·10 대책'에 담긴 등록임대사업제 개편 방안에서는 4년짜리 단기 임대와 아파트 장기일반매입 임대를 폐지하고, 그 외 다른 유형의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등록임대사업의 세제 혜택이 그대로 유지되는 주택은 다세대주택, 빌라, 원룸, 오피스텔이 있다.
하지만 등록 임대사업자가 세제 혜택을 누린 대상은 주로 85㎡ 이하 소형 주택에 집중돼 온 만큼 주택 종류를 불문하고 세제 혜택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 일부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제기된다.
최근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특혜 폐지를 주장하며 '부동산 임대사업 특혜 축소 3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등록임대사업의 세제 혜택이 그대로 유지되는 다세대주택, 빌라, 원룸, 오피스텔은 서민 주거공간"이라며 "민간 주택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은 전면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160만채의 등록임대주택 중 아파트는 40만채에 불과하고 120만채는 다세대 주택, 빌라 등이다.
작년 10월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30%를 넘는 603만 가구에 달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다세대 주택, 빌라, 원룸,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다.
강 의원은 "다세대주택과 빌라는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크지 않아 '갭투기' 세력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등록임대사업자들이 세제 특혜를 악용해 지속해서 '몸집 불리기'를 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으로 정책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빌라 등 단기 등록임대사업자 다수가 장기임대로 발 빠르게 전환했고, 시중 유동자금이 빌라 등 장기임대로 몰리게 되면서 빌라 등의 가격이 오르고 이것이 다시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아파트에 대해서만 등록임대사업을 사실상 폐지함에 따라 여전히 등록임대가 가능한 다세대주택 등으로 '갭투자' 수요가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보완책을 둘러싸고 기존 등록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을 남은 임대 기간 그대로 보장할지, 즉시 폐지할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여전해 최종 입법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7·10 대책'에서 정부는 남은 임대 기간에 현재 혜택을 그대로 보장하기로 했다.
강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 공시지가 3억원에 15평 아파트를 매입한 실거주자는 1채를 소유했어도 매년 재산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같은 크기 아파트 3채를 가진 등록임대주택 사업자는 재산세가 2021년 말까지 면제된다.
강남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의 경우 2015년 공시가격은 5억5천700만원, 2020년 공시가격은 13억700만원이고 실거래가는 2020년 6월 기준 19억원이다. 이 경우 실거주자는 종부세를 118만원 납부하지만, 등록임대주택 사업자는 최초 등록 때 종부세 합산대상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의무임대기간 내내 종부세가 비과세 돼 종부세가 0원이다.
이 아파트를 매도하면 5년 실소유한 사람은 양도차익 10억원에 대한 1억2천36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하지만, 등록임대주택 사업자는 10년간 임대할 경우 집을 팔아 10억원의 양도소득을 올렸더라도 양도세가 면제된다.
또 임대사업자의 임대소득에도 필요경비 명목으로 60% 선공제, 최대 75%까지 임대소득세가 감면돼 연 2천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자의 실제 세부담율이 0.7%에 불과하다.
강 의원은 "기존 등록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을 즉시 폐지해야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도할 유인이 생기고 이 물량이 실거주자에게 공급된다"며 "정부가 지난해 공급하기로 한 3기 신도시 물량이 17만3천여채로 3기 신도시 9개에 해당하는 물량이 등록임대에 묶여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