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둘러싼 법무부 내부 논의 과정이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를 비롯한 범여권 인사들에게 새어나간 정황이 확인됐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거세게 압박하는 배경에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 있다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무부는 지난 7일 "청와대를 끌어들여 정치공세를 하며 형사사법 체계를 흔드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이같은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최 대표는 8일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건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2시간여 지난 오후 10시께 페이스북에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라는 내용이었다.
최 대표는 이 메시지를 올리면서 "'공직자의 도리' 윤 총장에게 가장 부족한 지점. 어제부터 그렇게 외통수라 했는데도…ㅉㅉ"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이 메시지는 법무부가 윤 총장의 건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언론에 알리기 위해 추 장관과 문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일종의 가안으로 확인됐다.
법무부가 내부 논의를 거쳐 이날 오후 7시50분께 언론에 배포한 메시지는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음'이었다.
최 대표는 30분가량 지나 해당 게시글을 지운 뒤 "공직자의 도리 등의 문언이 포함된 법무부 알림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어 삭제했다. 법무부는 그런 알림을 표명한 적이 없다"며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고 적었다.
법무부 한 관계자는 문구 조율 과정에서 작성한 가안이 새어나간 사실을 인정하면서 "일단 (삭제) 조치했으며 어떻게 나갔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메시지는 최 대표뿐만 아니라 이른바 '조국 백서'의 저자들을 비롯한 여권 지지자 상당수가 페이스북에 공유한 상태다. 한 저자는 메시지를 공유하며 "존중이란 표현을 쓴 것은 '내 맘대로 할테니 좋은 말로 할 때 그리 아시라'는 능멸의 의도"라고 자체 해석했다.
최 대표는 이날 오후 윤 총장이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을 건의한 직후 페이스북에 "'특임검사'란 용어만 쓰지 않은 꼼수. '대검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독립적 수사'를 지휘한 점에 대한 반항"이라고 적었다. 전날에는 "지휘에 따르면 자리는 보전할 수 있겠지요. 끝내 거부하고 나서면 그 자리에서 처벌을 받아야겠지요. 그 심정은 알지만, 너무 늦었군요"라고 썼다.
법무부 인권국장을 지낸 같은 당 황희석 최고위원은 "TK(대구경북) 성골 출신 서울고검장 김영대를 '특임검사'로 자신이 박아놓고 독립수사본부? 풉!"이라고 적었다.
법무부는 "알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용 일부가 국회의원의 페북에 실린 사실이 있다"며 "다만 위 내용은 법무부의 최종 입장이 아니며, 위 글이 게재된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