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유엔에 공식 통보한 것을 놓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WHO의 중국 편향성을 들어 탈퇴 엄포를 놓긴 했지만 설마 했던 일이 현실화하자 야당과 전문가들은 물론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선 승리시 재가입을 공언했다.
라마 알렉산더 공화당 상원 의원은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대통령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한 WHO 실수를 열심히 볼 필요가 있지만 그 시기는 대유행 와중이 아니라 위기가 끝난 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 중국 태스크포스 위원들도 최근 미국이 WHO 회원국으로 있을 때 변화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고를 촉구한 바 있다.
민주당에서도 밥 메넨데즈 상원의원은 "미국인을 병들게 하고 미국을 혼자 남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고, 패티 머레이 상원의원은 "미국 우선주의의 정반대인 '미국 위험 우선주의'"라고 비난했다.
공중보건과 법 전문가 700여명은 전세계 보건과 미국의 국익에 대한 위험한 조처라며 의회가 탈퇴 결정을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탈퇴 통보는 1년이 걸리는 탈퇴 절차의 시작에 불과한 데다 반대 여론이 만만찮아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탈퇴가 관철될지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의회가 1948년 미국의 WHO 가입을 승인하면서 통과시킨 공동 결의안에 따라 미국이 WHO에서 탈퇴하려면 서면으로 1년 전에 통지하고 WHO에 남은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은 WHO에 연간 4억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최대 지원국이지만 현재 경상비와 회비 등 약 2억달러가 밀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자발적 기부금 외에 회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WHO 예산의 15%가량을 의무 지불금으로 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WHO에서 탈퇴하려면 이 자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탈퇴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봤다.
실제로 민주당은 의회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WHO에서 탈퇴하고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 위법인 만큼 이를 저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더욱이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윗을 통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으로서 첫날, 나는 WHO에 재가입하고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지도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인은 미국이 세계 보건 강화에 관여할 때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WP는 국무부 대변인이 WHO와 관계를 축소하는 절차가 이미 진행 중이라면서도 "미국은 WHO와 다른 국제기구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잔류 결정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번 WHO 탈퇴 통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된 국제기구 탈퇴와 국제협약 무효화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서, 전통적 동맹과의 관계를 약화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파리 기후변화협정, 이란핵합의, 항공자유화조약,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했다.
또 유엔 산하 인권이사회와 유네스코에서 탈퇴한 데 이어 만국우편연합(UPU)에서도 빠지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지미 콜커 전 보건복지부 차관은 WP에 "우리는 WHO를 개선하는 데 있어 많은 동맹이 있지만 WHO를 버릴 때는 아무런 동맹이 없다"며 "WHO에 남아 효과적으로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미국 WHO 탈퇴 공식 통보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