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고 외신들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WHO가 중국 편향적이라는 강한 불만을 표시해온 상황에서 기구 탈퇴라는 극약 처방을 결국 실행에 옮긴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날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미국의 WHO 공식 탈퇴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탈퇴 통보는 6일부로 유효하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탈퇴서가 제출됐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탈퇴 절차를 거쳐 탈퇴가 확정되는 것은 1년 후인 2021년 7월 6일이라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CNN방송에 탈퇴서는 3개 문장으로 매우 짧고 1년간의 탈퇴 시간표를 작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밥 메넨데즈 민주당 상원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의회는 대통령이 미국을 WHO에서 공식적으로 탈퇴시켰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 WHO가 중국에 편향된 태도를 보이고 늑장 대응을 했다며 자금 지원을 보류하는 등 WHO 개혁을 요구했다.
또 지난 5월 18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하고 30일 이내에 실질적 개선을 이뤄내지 않으면 일시적 지원 중단을 영구적 중단으로 전환하고 회원국 지위 유지도 다시 생각하겠다고 압박했다.
이후 5월 29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이 (WHO에) 1년에 4억5천만 달러를 내는데 중국은 4천만 달러밖에 내지 않으면서 WHO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WHO와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공격에 이은 WHO 탈퇴통보 결정은 코로나19 공동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무책임한 행위라는 지적과 함께 자신이 미국의 대유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의 화살을 돌리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WHO의 대응 노력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우다 미국에서 사망자가 급속하게 늘고 급기야 미국의 사망·확진자가 세계 1위가 되자 중국과 WHO를 맹비난해왔다.
메넨데즈 의원은 "이는 미국의 생명이나 이익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인을 병들게 하고 미국을 혼자 남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에릭 스왈웰 민주당 하원의원도 트윗에서 "이 결정은 무책임하고 무모하며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생의 최대 공중보건 위기 와중에 WHO에서 탈퇴하는 것은 자기 파괴적인 행동이다. 더 많은 미국인이 신중치 못한 선택에 의해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CNN은 공식 탈퇴 절차가 완료되려면 1년이 걸린다며 비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패할 경우 탈퇴 결정이 번복되길 바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엔의 한 외교관도 CNN에 "지금 일어나는 일이 무엇이든 간에 이는 최종이 아니기 때문에 다가올 1년 안에 번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