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 주유엔 대사를 거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 힐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흑인 여성인 라이스 전 보좌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미군살해 사주설 관련 인지 여부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맹공하는 등 저격수를 자임하며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미군살해 사주 시도 첩보에 대해 보고받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나는 그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며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바로 보고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와 푸틴이 미국 장병을 살해하려고 시도한다는 믿을 만한 정보에 대해 대통령은 사기극이라고 부른다"며 꼬집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또한 "우리는 적성국의 분부대로 하는 대통령을 갖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메시지는 '당신은 어떠한 처벌 없이 미국 장병들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통령이 교전 지역 내 미군 병력의 안전에 대한 극도로 냉담한 묵살을 보여줬다. 이는 설명할 길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장병의 목숨이 달린 문제에서조차 미군보다 푸틴 대통령을 더 우위에 뒀다고 맹비판했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카멀라 해리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 대한 부통령 낙점 소문이 가장 많았지만, 부통령 물색 과정에서 바이든 캠프 내에서 라이스 전 보좌관이 이에 못지않게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포함한 일련의 위기 상황에서 라이스 전 보좌관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스 전 보좌관에게 유리한 요인 중 하나로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바이든 전 부통령과 후보군 가운데 가장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라고 더 힐이 바이든 캠프 측 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백인 여성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지난달 러닝메이트를 고사한 가운데 해리스 상원의원과 라이스 전 보좌관 외에 발 데밍스 하원의원, 이라크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 등이 후보군에 포함됐다고 더 힐이 전했다.
다만 라이스 전 보좌관의 경우 선출직 경험이 없는데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시절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에 대해 테러가 아닌 반(反) 이슬람주의 동영상에 자극을 받은 시위대에 의한 우발적 사건이라고 설명했다가 거센 논란에 휘말렸던 전력이 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자신은 러닝메이트가 됐든 그 무엇이 됐든 개의치 않는다면서 "나는 단지 조 바이든이 당선되길 원한다. 그리고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고 하원 다수당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민주당 정권 탈환을 위한 역할론을 자임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와 국제적 리더십이 위태롭고 미국 국민 수만명의 목숨이 위험한 지경에 놓인 순간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이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