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에 이재용 불기소 권고…윤석열 '사면초가'

입력 2020-06-28 08:34
수정 2020-06-28 10:30
여당 일부에서 공개적으로 '사퇴' 압박
추미애 "법 기술을 부린다"며 윤석렬 비판


임기 반환점을 향해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지가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여권 인사가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가 하면 법무부와의 갈등도 점점 격화하는 분위기다.

검찰 내부에서는 불협화음이 새어 나온다. 감찰 문제 등을 놓고 일부 참모진과 의견충돌을 겪는가 하면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과도 마찰을 빚었다. 여기에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지 말고 수사를 중단하라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권고가 나오면서 윤 총장은 '사면초가'에 처한 형국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다음 달 25일 취임 1년을 맞는다.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면서 정권의 전폭적 신임을 받았지만, 2년 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현재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인사청문회 당시만 해도 각종 의혹 제기에 윤 총장을 적극 엄호하며 힘을 실어주던 여권과의 관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 의혹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거치며 완전히 틀어졌다.

최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위증 교사 의혹과 이에 대한 감찰 문제를 거론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며 윤 총장에게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법무부와 갈등의 골 역시 점점 깊어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위증 교사 의혹과 관련된 진정사건 조사에 대한 자신의 지휘를 따르지 않는다며 공개석상에서 수차례 직격탄을 날렸다. "법 기술을 부린다"는 감정 섞인 표현도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 내부 갈등마저 잇따라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윤 총장이 '손발이 묶인 채 고립됐다'는 말도 나온다.

작년 7월 취임과 함께 윤 총장을 보좌하던 '윤석열 사단' 검사들은 올해 초 좌천성 인사로 대거 그의 곁을 떠났다.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된 데 이어 최근에는 검언유착 의혹의 피의자이자 법무부의 감찰 대상이 됐다.

윤 총장 의중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채 새로 꾸려진 대검 참모진과 중요 사건 수사를 일선에서 지휘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내부 '견제세력'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은 최근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하자 "전문자문단 소집 논의와 결정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지속해서 대검에 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수사팀과 검찰 지휘부는 수사 방식과 대상 등을 두고 견해차를 보여왔다. 이에 더해 수사팀이 이례적으로 대검과 검찰총장의 결정에 반발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잡음이 계속 증폭되는 모양새다.

윤 총장이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시절부터 공들여온 삼성 합병·승계 의혹 수사는 막바지 단계에서 연이어 타격을 입었다.

수사팀은 이달 초 의혹의 핵심인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지난 26일에는 이 부회장 측 요청으로 소집된 수사심의위가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 의견을 내면서 1년 8개월 동안 이어진 수사의 정당성도 흔들리게 됐다.

검찰은 그동안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여온 만큼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고 기소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검찰이 자체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수사심의위 제도 취지를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결론을 내더라도 '삼성 봐주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는 윤 총장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사진=연합뉴스)